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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Jan 26. 2022

책은 잘 팔려도 변한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하나 변한 것이 있다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책이 잘 팔리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내 일상에 딱히 변한 것은 없다. 여전히 나는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여,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직장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으니까. 


독립출판을 한다고 해서 일상에 무언가 변화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아니 좀 솔직하게 말하자면, 책이 잘 팔리면 어쨌든 이중으로 수입이 생기는 것이니 삶이 조금은 더 윤택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미 일부 서점에서 정산을 받았지만 대부분 적게는 5권, 많게는 10권씩 소량 인쇄를 하는 터라 내게 돌아오는 금액이 그리 크지 않다. 


또 내가 그간 독립출판에 들인 돈, 그리고 엄마가 지원해 주신 인쇄비용을 생각하면...사실 딱히 남는 것이 없다. 참 안타깝게도 현실이 그렇다. 


예상 외로 알라딘, 영풍문고에서도 책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덕분에, 누군가는 "수입이 괜찮겠는데요?"라고 묻는다. 이건 수수료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소비자 입장에서 책을 구입할 때는 전혀 몰랐는데, 배송비까지 무료인데가가 포인트 적립까지 해주는 온라인 서점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는데. 그런데 제작자 입장이 되니 적지 않은 수수료로 인해 상당히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그래도 꾸준히 팔리는 것은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인 것은 분명하다. 

책이 잘 판매되면 엄마가 내어주신 140만 원 가량의 인쇄비를 돌려드리고 싶은데, 과연 언제쯤 온전히 드릴 수 있을까. 2쇄 찍을 비용도 모아야 되는데,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가장 즐겁다. 가슴 속에 우울이 아닌 기쁨이 자리 잡았고, 이전보다 훨씬 더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직장인이 아닌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 타인의 손에 내 책이 쥐여지는 것을 보는 나날들.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회사 일과 독립출판 작업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입고 요청이 들어올 때면 배송 전용 가방에 책을 한가득 넣고 출근을 한다. 오전 업무를 빠르게 쳐내고 점심시간이 되면, 밥을 먹는둥 마는둥하고 우체국으로 후다닥 뛰어간다. 책이 안전하게 서점에 도착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패킹을 하고, 한참을 대기했다가 택배를 발송한다. 사무실로 돌아오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용 이미지를 보정하거나 편집한다. 또 책과 관련된 홍보 글을 쓰기도 한다. 이렇게 일상이 돌아가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늘 피로감에 시달린다. "영양제는 절대 사절"이라고 외치던 내가 요즘은 올리브영에 들어가면 건강식품 코너로 직진하고야 만다. 화장품? 그런건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무조건 건강에 좋은거, 체력 보충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들만 살펴보고, 결제한다. 덕분에 아직까지는 크게 심하게 아프지 않고 직장인과 작가의 이중생활을 잘 버텨내고 있다.

자기 전에는 온갖 포털 사이트에 내 책 이름을 검색해 본다. 각 독립서점의 네이버 스토어에 들어가서도 판매 순위를 보곤 한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기에 감사하게도 대부분 순위권 안에 등극한 상황이지만, 오래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소위 말하는 '신간빨'이 떨어지면, 주체할 수 없이 순위는 떨어지겠지. 하지만 좌절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을 것이다. 속상해 하지 말아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책을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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