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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비둘기

너의 죄가 있느냐

나는 지금 서울 사람이다.



도시녀이다.

길을 걷다 보면 바쁜 걸음으로 어딘 가를 옮기는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하지만


나는 비둘기들도 많이 본다.


비둘기는 희망을 전도하는 새였는데,

산업화되고 나서인 건가

비둘기들은 쓰레기 처리 담당,

질병을 옮기는 더러운 새로 전락해 버린 거 같다.


실제로 나와 같이 다니는 친구들도 비둘기가 옆으로 날아다니기만 해도

병적으로 너무 싫어한다.

솔직히 나도 안 그렇다는 건 아니다.


2021년 6월의 어느 날, 온도는 30도를 오르락 내리고 하는 무더운 여름이

또다시 찾아와

햇빛들이 나뭇잎 사이로 나를 괴롭히려던 날이었다.


나는 연못가에서 조용히 물을 마시는 비둘기를 보았다.


그 비둘기의 모습이 더러워 보이지가 않았다.


오히려 그 조그마한 부리고 콕콕 연못에 부딪힐 때마다

울리는 작은 파동들이 점차 커지는 것을 보며

평화로움을 느꼈다.




길거리를 다니며 남이 떨어뜨린 음식.

사람들의 공간을 피해 더럽다고 욕을 들으면서

뒤뚱뒤뚱거려야 했던 그 비둘기인데,



연못에서 조용히 물을 마시는 비둘기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였으며

소탈해 보였으며

미안했다.

동시에 지친 일상 속 소소한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나는 비둘기들이 새들의 별로 떠날 때,

하느님 앞에서 가장 소탈하고

평화로운

낮은 곳에서 위를 바라볼 줄 아는

아름다운 생명체라고 볼 거라고 생각한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제우스 모든 신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아마 분명, 대부분의 비둘기들이 그럴지 모른다.

하늘나라에 갔어도 자신은 더러운 새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숙이고 신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너는 비둘기이구나. 평생 무엇을 했느냐."


"사람들의 쓰레기와 가끔 뿌려주는 빵을 먹으며 도시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왜 고개를 푹 숙이는 게냐. 너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인간들은 저를 더러운 새라고 합니다. 제가 더러우니까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비둘기를 보고 신은 가만히 미소 지을 것이다.


"너는 나의 새일뿐이란다."




그렇게 연못의 근처에서 상상의 나래에 잠겨 하늘을

바라보다

다시 그 비둘기를 보려고 연못을 바라보았지만




하나의 깃털과

잔잔한 울림만이 연못에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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