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2시,
기자 일을 하는 날이면 나는 그 주위의
맛집을 가는 거에 점심 시간이 늘 기다려진다.
수요일이라는 꽉 막히는 날인 거 같지만
기운을 차리기 위해 맛있는 밥을 먹고 밖을 걷다보면
펫샵이 있다.
늘 지나치면서 아기자기한 강아지들이
똘망똘망 있길래 언젠가 한번은 꼭 들어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밥을 일찍 먹은 탓에
복귀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그 펫샵에 들어갔다.
역시나 강아지들이 너무나 귀여웠다.
하나같이 다 어리고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다 내가 데려가고 싶을 정도였다.
알바생분이 나에게 와서 물어보셨다.
"혹시 찾으시는 강아지가 있으신가요?"
"아니요 한번 둘러보러 왔습니다."
차마 이 아이들은 어디서 오는 거냐고 물어볼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선 이 아이들의 좋은 주인이 되고 싶었다.
강아지 농장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컸다.
시계를 보니 일하기 전까지 10분이 남았다.
"제가 지금 바로 일하러 가봐야 해서 다음에 들르겠습니다."
그러고 다시 강아지들을 쳐다봤다.
그 중에서도 유독 활발하고 잘 짖고
누가봐도 말썽꾸러기라고 손 들고 있는
크림푸들 강아지가 있었다.
그 강아지를 보고 미소를 지어주고 나오려는데
그 강아지의 방방 뛰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주저 앉아서 나를 가만히 보는 것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 마음이 무너졌다.
그 아이도 알았던 것이다.
자신이 이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못한다면
오늘도 유리방 안에서 자야 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기자 일을 하면서 그 아이의 모습이
너무 밟혀서
당장 그 아이를 뎃고 올 수 없는 현실이
속상했다.
그러고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7월 13일의 후덥지근한 여름 날
나는 오늘도 그 펫샵을 지나쳤다.
들어가지는 않았다.
어차피 가도 보고만 나올 수 밖에 없는 처지였으니까.
유리문 밖으로 그 말량광이 크림 푸들이 보였다.
어느 덧 덩치도 제법 커진 녀석이었다.
제법 커졌다는 거에 흐뭇해야 하는데
주위 아이들이 죄다 얼마 안 된 강아지들인 것을 보고
나는 그 말량광이가 입양이 더 안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기자 일을 끝나고 나는 합정역 3번 출구의 베이커리 카페로 향했다.
같이 일하는 바리스타 언니는 '우유'라는 말티즈를 키우고 있다.
나 또한 동물 애호가였기에 우리는 틈 날때마다 강아지 얘기를 했다.
오늘 따라 걱정이 많이 든 얼굴이었던 건지
그 언니는 나에게 다가와 무슨 일 있냐 물어보셨다.
나는 그 말량광이 푸들 얘기를 했다.
그 아이가 더 입양이 안 된다면 어디로 가는 건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 얘기를 듣자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있잖아요, 그 아이는 아마 값이 많이 떨어졌을 거에요.
사람들은 아기자기한 강아지 시절을 좋아하니까요.
지금 더 입양이 안 된다면 강아지 농장으로
보내진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어떻게든 좋은 주인에게 갔으면 좋겠네요."
펫샵 주인분께 직접 여쭤보진 않았기에 그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단순히 우리의 추측에 불과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아이가 있는 곳은 펫샵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걱정이 안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귀엽고 얌전해야 선택받기가 쉽다니...
나는 3개월 전 그 아이의 풀이죽은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늘 그 곳을 지나칠 때마다 눈 마주칠 때마다
말량광이 모습을 뽐내던 녀석.
그 아이의 모습이 어쩌면 나 같다고도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게 선택받기 위해 노력해도
안 될 수도 있는 현실.
그렇지만 우리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건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말량광이 아기 강아지에게 사랑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나는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아이의 좌절을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