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운 오리 새끼

단추 눈 아기 오리

노란빛이 하늘을 물드는 어느 날,

그날은 소년의 생일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일이 끝나고 선물을 가져오길 기다린 소년은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마자 문 앞으로 뛰어갔습니다.


"얘야, 생일 축하한단다."


아버지가 내민 선물은 어미 오리와 아기 오리 7마리가 들어 있는 인형 상자였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눈 하나가 없는 아기 오리가 있었습니다.


"아빠, 근데 얘는 눈이 없어요."


"어 진짜 그렇구나? 아빠가 바꿔올게"


그때, 소년의 할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아범아, 이 인형들은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를 전해주는 인형이란다. 그래서 이 인형에만

눈 하나가 없는 거지. 여기 보렴."


아니나 다를까 포장지 위에는 '아이와 함께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를 해 보세요.'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소년은 눈 하나가 없는 아기 오리 인형을 들어 올리며 말했습니다.


"눈만 없는데 이 친구가 왜 미운 오리 새끼예요?? "


할머니는 소년 옆으로 다가와 눈 하나가 없는 아기 오리를 보면서 말해주었습니다.


" 다른 아기 오리들은 미운 오리 새끼가 자신과 다르게 생겼다고 놀림을 받는다고

같이 놀아주지 않았단다. 엄마 오리도 그런 미운 오리 새끼가 맘에 들지 않았단다.

그렇지만 그들은 몰랐단다. 미운 오리 새끼가 아름다운 백조가 될 아이였다는 걸."


소년은 눈 하나가 없는 아기 오리를 보면서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눈 하나가 없는 아기 오리를 쓰다듬는 소년을 보며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랑 같이 이 아기 오리의 눈을 달아주는 건 어떻겠지?

근사한 단추를 달아주면 이 오리도 너를 더 잘 볼 수 있을지 몰라."


"네, 할머니!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소년과 할머니는 고심 끝에 예쁜 까만 단추를 달아주었습니다.

단추 눈을 달게 된 아기 오리를 보며 소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의 이름은 이제 단추야!"


소년은 단추를 꼭 안고 할머니로부터

'미운 오리 새끼 ' 이야기 책을 읽고

스르륵 잠이 들게 됩니다.



그렇게 밤이 되었고,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단추도 일어나 형제들한테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 나도 같이 놀아줘!"


그러나 형제들은 여전히 비웃었습니다.


"야, 너는 어차피 우리랑 달라.

눈 하나밖에 없는 주제에 우리랑 제대로 놀기나 하겠어?"


단추는 시무룩해져 엄마 오리한테 갔습니다.


"엄마, 내 눈을 보세요! 나도 이제 눈이 2개예요!!"


그렇지만 엄마 오리의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습니다.


"저리 가, 어우 귀찮게. 너는 나랑 다르게 생겼잖니.

너 엄마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저리 가지 못해?"


단추는 시무룩해져서 밤새 훌쩍훌쩍 울었습니다.


그런 단추를 잠에서 깬 소년이 발견하였습니다.


"단추야, 왜 울고 있어?"


그러더니 단추가 말했습니다.


"나는 미운 오리 새끼니까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을 거야."


그런 단추를 보며

소년이 말했습니다.


"단추야, 그렇지 않아. 너는 나의 단추야. 울지 마.

단추는 다를 뿐이야. 단추는 백조가 될 거니까 다른 거야."


"진짜?"


"그럼, 그럼. 그래서 네가 미운 오리 새끼인 거야.

나는 그렇게 믿어."


자신을 믿어주는 소년에

미운 오리 새끼는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을 지는 하늘 위로

때 지어 날아가는 철새들을 보게 됩니다.


소년은 단추에게


"나도 저 철새처럼 여기저기 여행 다니고 싶다.

단추가 백조 되고 나면 나 태워주고 다니는 거지?"


단추는 소년을 보며 말했습니다.


"그럼 그럼. 내가 지금은 미운 오리 새끼지만

백조로 커서 저 하늘 같이 날아다니는 거야. 약속할게."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추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소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할머니가 단추를 보게 됩니다.

할머니는 단추를 안고 어디론가 향했습니다.


어리둥절한 단추는 할머니께 여쭈었습니다.


"할머니, 내 친구는 어디 있어요?"


할머니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단추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너의 친구는 많이 아프단다.

우리 단추가 백조가 되어서 친구를 지켜줄 수 있겠니?

단추의 힘이 필요해."


"그렇지만 할머니, 저는 아직 백조가 아닌걸요?"


할머니는 가만히 단추를 보며 얘기해 주었습니다.


"너는 이미 백조란다. "


그렇게 할머니와 단추는 소년이 있는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밖에선 소년의 가족들과 의사 선생님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아니, 희박하다면서요, 그냥 보내 줍시다. 뭘 잡습니까.

저렇게 살면 쟤도 힘들고 우리도 힘들어요."


"아니, 부모 되시는 분 아니십니까? 희박한 가능성이라도 잡는 게..."


"당신, 지금 우리가 저 얘 때문에 여기에 몇 번이나 오는지 아시오?

이 세상을 뜨는 게 쟤나 우리한테 도움이 되는 거예요."


할머니는 소란스러운 병실 밖 문을 닫고

단추를 소년 품에 안겨주었습니다.


단추는 핼쑥해진 소년을 보며 잠에 들었습니다.


그날 밤, 단추는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단추는 아름다운 백조가 되어 있었습니다.

단추는 소년을 등에 태우고

아름다운 하늘을 함께 날아다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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