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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e Jun 08. 2021

그 남자와 그 여자

아이러니 - 남자 이야기

‘이상하리만큼 잘 맞는다’


비교적 어두운 집에 혼자 앉아

그녀와 이야기를 할 때면

제법 외롭지 않았다.


마치 오래 만난 사이처럼

맞추어 갈 것도 없이

그렇게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마다

내 마음속에선 불안감이 밀려들어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아직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하기엔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준비가 되어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도 나를 보며 생긋 웃는

그녀를 보며

그녀를 놓아주어야 하는지 아니면

내 마음이 준비가 될 때까지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놓아주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을 하느라 미처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놓치고 말았다.


오래 생각해왔지만

어쩐지 급발진하듯이 이야기가 나와버렸다


‘우리 그만하자’


이내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게 보였고

고개를 떨군 그녀를

나도 한동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 가기에 어쩌면 내 마음은

내 생각 보다도 더 많이

이미 정리가 된 탓이리라..


그렇게 하자는 단호한 말을 남기고 나가버린,

그녀가 없는 내 집은..

내 집 같지 않은 장소가 되어

낯설어졌다.


그렇게나 내가 필요로 하던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도..

혼자 있는 시간도..

이렇게나 의미가 없었던 것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오늘 같은 날이 오기 전까진..


방금 나간 그녀가..

나는 보고 싶다.


그런데 다가갈 용기가 없는 나는

그저 멀뚱히 침대 끝에 앉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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