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처럼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이
하루 종일 비가 왔다.
비가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여러 장면들이 있다.
첫 번째는 어린 시절 아빠를 기다리던 나, 우리 동생 그리고 엄마의 모습이다.
우리 아빠는 유일하게 비 오는 날에만 쉬었기 때문에
학교에 있는 동안 비가 오기라도 하면
동생과 나는 한달음에 달려서 집으로 갔고,
그때마다 늘 우리 아빠 차가 집 옆 마당에 주차되어 있었다.
두 번째는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을 때였다.
그 당시에 만나던 남자 친구가 폭우를 뚫고 저녁 모임을 간다기에 나도 따라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귀찮아서
가지 않고 남자 친구만 다른 친구와 함께 가게 되었는데
빗길에 사고가 나는 바람에 큰 사고가 났었다.
가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질 때면 그때 아찔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세 번째는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갔었던 때였는데
폭우가 쏟아져 고속도로에서 제 속도는커녕
엉금엉금 기어서 두세 시간을 혼자 마음 졸여가며 운전했던 기억이다.
이상하게도 비 오는 날은 나에게는 특별한 날이 되곤 한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가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늘 있던 두통이 비가 쏟아 붓기 시작함과 동시에 사라지기도 한다.
모든 병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들 하니,
비가 내 스트레스까지 씻고 내려가는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비가 오고
내일도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다.
맛있는 커피와 함께
나만의 시간을 즐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