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는 어떠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 마음을 다 헤아리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 사람에게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곧 일어날 일이란 걸 알고 있을 때.
그 일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을 때.
조금이나마 그 사람이 덜 아팠으면 해서 있는 힘을 다해 미리 걱정하고 위로했다.
내가 많이 아프게 자란 탓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덜 아프게 어른이 되었으면 했다.
가족 다음으로 아니 그 시절엔 가족만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매일같이 고군분투했다.
어디서 뭘 하는지, 밥은 먹었는지, 오늘 하루는 어떠했는지.
아무도 내게 묻지 않는 것들을 타인들에게 물어가며 어떻게든 인연을 이어가려 애썼다.
누구보다 일찍이 사회에 나와 쉬는 날도 없이 캄캄한 밤까지 일해서 받은 그 몇 푼을 퍼주느라
일이 끝난 후에도 정신없이 바빴다.
그걸 오롯이 받은 오랜 친구가 나중에 다 갚겠다며 나의 연금이 되어주겠노라 호언장담 했지만
그 인연은 이미 오래전에 끝이 났다.
항상 그랬듯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후회는 없어도 그때의 내게 미안한 건 사실이다.
왜 한 번도 물어보지 못했을까.
오늘 나의 하루는 어떠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