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당이 내게 남긴 것
나는 어릴 적 부터 마른 체질이었다.
남편도 마른체질이었고 그래서 우리는 둘 다 식단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나는 식탐은 있으나 식욕은 크게 없는 관계로 조금의 고탄수화물 식사만 해도 하루를 살아갈 에너지를 얻었기에 더더욱이 음식에 신경 쓰지 않는 삶을 살았다.
나는 내가 먹는 것이라고 했던가!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고 했던가!
시부모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인데 이 말을 머리로는 이미 안다고 생각했지만 임당에 걸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 깊은 의미를 알게 되고 있는 듯 하다.
젊어서 안좋은 음식을 먹고 술, 담배를 하는 사람들은 그까짓거 몸에 큰 무리 안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안좋은 음식과 습관들이 내 몸에 쌓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달까.
마른 체질을 믿고 과자며 빵이며 몸을 혹사시키고 건강한 식단에 관심이 없던 지난 날들에 대한 후회...는 잠시 접어두고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태도로 임당에 나에게 남긴 것을 기억하고자 기록한다.
가수 겸 예능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종국은 소문난 짠돌이라고 한다. 물론 그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아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아끼는 것이겠지만 돈을 벌어도 한참 벌었을 그가 절약하며 산다는 것이 섣불리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식당에서 냅킨 한장도 아껴 쓴다는 그의 태도가 신기했는데 한 예능에서 그가 하는 말을 듣고 그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는 절약하며 살 때의 쾌감이 있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참 모든 것이 그랬다.
절제와 자유 또는 절제와 행복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어느것 하나만 올 수 없는 일 같다.
어려운 절제 뒤에 행복이 있고 행복하려면 어느정도의 절제를 하며 살아가야 함을...
임당에 걸리기 전 배달음식과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던 내가 한달정도 빡센 식단을 고수하다보니 이제 미각이 나름 예민해져 조금만 짜도 거부감이 생긴다.
아무리 맛있는 배달음식을 먹어도 먹는 순간의 쾌락이란 참 짧고 더 이상의 만족도가 없는 것을 생각해보면 돈 많은 김종국이 소비를 하며 느꼈던 공허함도 이와 같지 않을까 짐작하게 된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절제해야 한다는 것...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하면 참 서글픈 일이지만 이렇게 배운 절제로 내 몸이 어떤 건강함을 얻게 될지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근래 나의 식단은 연예인들이 먹는 식단과 비슷한데 평생 연예인처럼 살아본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어릴 적부터 먹는 것에 신경을 곤두 세웠던 사람들이 오히려 내 나이때 더 건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걸 보면 인생은 참 공평하다.
먹을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살았던 나의 젊은 날들이 이미 지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오늘도 밋밋하기 그지 없는 나의 식판을 바라보며 우울해하기보다는 다가올 치팅데이를 기대해본다.
분명히 절제 뒤에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