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S OF WRITERS DAY 5] 표백
WAYS OF WRITERS 작가의 여정 30일간의 글감 캘린더
DAY 5 책 : 나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든 책에 대해 써보세요.
'책은 마음의 양식'이란 말을 어렸을 때부터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내가 마음의 양식을 기쁜 마음으로 섭취한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10대 때는 책과 거의 담을 쌓고 살았다. 그러다 대학시절 도서관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면서 그 담이 조금은 허물어졌고 20대 내내 아주 얕고 좁게, 종종이라고 말하기도 무색할 정도의 빈도로 독서를 했다. 하지만 30대 중반인 지금은 독서가 하나의 취미생활이 되었고 1년에 평균 20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있다. 나를 책을 다양하고 넓게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킨 책, 책의 재미를 알게 해 준 책, 그래서 나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든 책으로 꼽고 싶은 책은 바로 장강명 작가의 「표백」이다.
책을 매우 사랑하는 지인이 선물해 줘서 읽게 되었는데 「표백」은 내가 여태 읽어온 책들처럼 쉽게 읽히는, 1차원적인 재미를 주는 소설이 아니었다. 연쇄 자살을 다루는 어둡고 심오한 소설이다. 지난봄, 장강명 작가님의 신간 북토크가 있어 참석한 적이 있다. 책에 싸인을 받을 때 "친구가 「표백」을 선물해 줘서 읽고 독서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하니 작가님도 약간 놀라시면서 "그러기 쉽지 않은 책인데"라고 하셨다. 나는 왜 이 책을 기점으로 책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이 글을 쓰며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 책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고 더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어느 책보다도 충격적이었고 어떻게 해서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되었을까 하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 덕에 작가의 다른 책들까지 읽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재미가 생긴 것 같다. 다른 읽을 만한 책들을 직접 찾아보기도 하고 「표백」을 선물해 준 지인의 취향을 깊게 신뢰하게 되어 추천을 받으며 많은 책들을 읽게 되었다.(다행히도 그 지인의 취향에 대한 신뢰는 깨지지 않고 더 단단해졌다.)
나는 「표백」을 (아직까지는) 인생에 있어 가장 의미 있는 책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 책에 대한 나의 변화를 불러일으켰으니 나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든 책으로 꼽기에도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용도 그렇고 호불호가 갈릴 책이므로 타인에게 자주 추천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만약 「표백」을 읽지 않았다면 이것 또한 운명이니 한 번 읽어보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