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이라는 이름의 비효율: 밤샘은 훈장이 아니다

선배의 밤샘은 왜 5분 만에 끝났나

by 조준

우리 회사에서 이른바 '에이스'들이 모였다는 부서. 그곳의 자부심은 매달 열리는 정기 회의 자료에서 나왔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회의자료를 만들기 위해 선배들은 당연한 듯 하루이틀 밤을 새웠다. 그들의 퀭한 눈과 책상 위에 쌓인 커피 컵은 곧 부서의 성실함을 상징하는 훈장 같았다.


어느 날, 밤을 새우는 선배의 모니터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선배는 PPT 한 장 한 장을 정성스럽게 캡처해 한글 문서에 붙여넣고 있었다. 수백 장의 슬라이드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옮기느라 꼬박 밤을 지새우고 있었던 것이다.


"선배, 이거 한 번에 이미지로 저장해서 넣으면 5분도 안 걸리는데요?"


내가 툭 던진 말에 선배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그 자리에서 클릭 몇 번으로 작업을 끝내버리자, 선배가 그동안 '성실하게' 쏟아부었던 수십 시간의 밤샘은 순식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 선배는 일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익숙한 고통을 견디는 것이 새로운 방법을 찾는 고민보다 편했던 것뿐이다.


조직에는 이런 '가짜 성실'이 만연하다. 툴을 익히거나 시스템을 개선해 시간을 단축하기보다, 몸을 갈아 넣어 시간을 채우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방법이 잘못된 노력은 그저 '열심히 하는 무능'일 뿐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성실함은 무작정 밤을 새우는 '노동력의 투입'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의 결과를 낼지 고민하는 '지능적인 게으름'이어야 한다.


선배가 캡처 도구와 씨름하며 버린 그 밤은, 사실 가족과 따뜻한 저녁을 먹거나 자신의 내일을 고민할 수도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도구가 있는데도 삽질을 고수하는 것은 열정이 아니라 자학이다.


나는 다짐했다. 회사에서 '성실한 직원'이라는 칭찬을 듣기 위해 내 시간을 제물로 바치지 않기로. 대신 남들이 캡처를 하는 동안 나는 단축키를 찾고, 남들이 밤을 새우는 동안 나는 업무를 자동화하겠다고. 그래야만 남겨진 그 귀한 시간 속에 '진짜 나'를 채울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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