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대단해서 뽑힌 게 아니다

‘덜 나쁜' 선택의 함정

by 조준

취업 관문을 뚫고 첫 출근을 하는 날, 우리는 대단한 승리감에 도취된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었으니 내가 남들보다 특별해서, 혹은 나의 엄청난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 오만함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 입사 면접 때는 전설 같은 일화가 하나 있었다. 함께 면접을 보던 인턴 동기가 "회사에 맘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어떡할 거냐"는 질문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라고 답한 것이다. 모두가 탈락을 예감했지만, 결과는 합격이었다.


훗날 당시 면접관이었던 선배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대체 그 친구가 왜 뽑힌 거냐고. 돌아온 대답은 명쾌하다 못해 서늘했다.


"걔보다 못한 애들이 훨씬 많았거든."


충격적이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내가 압도적으로 훌륭해서가 아니라, 그저 남들보다 '덜 나쁜 선택지'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사실. 회사는 완벽한 인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당장 비어있는 자리에 끼워 넣을 '가장 무난한 부품'을 고르는 것뿐이다.


우리가 입사 면접을 통과한 것은 마라톤의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 단지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번호표'를 하나 받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번호표가 영원한 훈장이라도 되는 양, 입사와 동시에 성장을 멈춘다.


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으로 대학교 4년을 버티고, 대학교 때 배운 알량한 밑천으로 퇴직 때까지 버티려 한다. 하지만 시장은 무섭게 변한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는 시대에, 회사라는 우산이 영원히 나를 비바람으로부터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회사가 나를 선택한 이유가 '단순한 필요'였다면, 내가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는 '나만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여야 한다. 명함에서 회사 이름을 지웠을 때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저 교체 주기가 다가오는 소모품일 뿐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능력을 만들어야 한다. 회사라는 우산 밖으로 걸어 나가는 순간, 비로소 당신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잊지 마라. 조준점은 언제나 회사가 아니라, 어떤 폭풍우 속에서도 홀로 설 수 있는 '나 자신'을 향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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