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나는 정신병동에서 간호사로 근무했었다. 현재는 병원을 퇴사한 상태이며 근무했던 시절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려 한다.
나는 지방 소재의 정신전문병원에서 근무했었다. 병상수가 제법 큰 규모의 병원이었다. 내가 배정받은 병동은 정신과의 응급실로 불리는 병동이었다. 정신질환의 급성기 환자분들만 계셨던 병동이다. 병동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면담실에서 수간호사 선생님과 면담 중 유리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한 남자환자분께서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저 그 상태로 몇 분이 지나도록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약간은 당황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정을 찾았다.
내가 근무했던 병동을 앞으로 A병동으로 지칭하겠다. A병동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의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급성기 환자들로만 구성된 병동이라서 그런지 환자분들께서 위험한 행동이나 폭력적인 행동을 많이 보여주셨다. 간호사는 그런 상황들을 잘 수습해야 했다. 사고가 생기기 전에 예방을 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였다.
첫날에는 OT를 받았다. OT를 받는 중에도 수십 번 간호사 스테이션 밖으로 뛰어나갔던 것 같다. 이유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환자들끼리 다툰다거나, 누군가 맞았거나,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병동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은 언제나 발생하는 구조였다. 그래서 근무 중에는 항상 긴장을 해야 했고 그 부분은 나를 너무나 지치게 만들었다.
환자분들은 제각각 너무나 다른 사연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끔찍한 일을 겪어서 입원한 미성년자 환자부터 치매로 입원한 노인환자분들까지 연령대를 특정할 수 없었다. 청소년, 청년, 중년, 노년 환자분들의 비율이 거의 균등했다. 그리고 개중에는 중대한 법적 문제로 입원한 환자도 있었다.
업무 OT를 받을 때 앞날이 깜깜했다. 너무나 바빴고, 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밥을 먹을 시간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의자에 앉을 수가 없었다. 카페인 충전을 위해 텀블러에 가득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채워놨지만, 나는 끝내 커피를 마실 수 없었다. 퇴근을 하고 나서야 버스에서 그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첫날부터 퇴사 욕구가 강력하게 올라왔다. 이대론 못 버틸 것 같다는 생각, 나의 삶이 병들 것 같다는 강력한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병원에 들어가며 들었던 첫 느낌은 우리나라에 정신질환자가 이렇게나 많았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일반인들은 모를 우리나라에는 너무나 많은 정신질환자분들이 존재한다. 질환의 경중도 폭이 넓었고, 무엇보다 젊은 환자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미성년자 환자분들도 적지 않았다. 정신병동에 입사한 느낌은 전체적으로 너무나 정신없었고, 바빴으며 마치 시한폭탄이 심어진 듯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였다. 퇴근 후 나는 샤워를 하고 곧바로 잠에 들 수밖에 없었던 첫날이었다.
앞으로 이 시리즈를 통해 몇 개의 에피소드가 만들어질지 모르나, 정신병동 간호사로 근무했던 시절 있었던 일들, 들었던 생각, 경험을 통해 생긴 깨달음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써 내려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