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창문이 세상의 전부였던 열두 살의 나에게

"학교에 다니고 싶니?" 그 한마디가 뒤바꾼 삶의 궤도

by 유열

열두 살까지 내가 아는 세상의 끝은 거실 창문 너머였다. 장애라는 벽과 바쁜 엄마의 빈자리는 나를 자연스럽게 집 안에 머물게 했다. 남들이 당연하게 걷는 등굣길조차 내게는 허락되지 않은 풍경이었고, 중·고등학교 시절 역시 방문 학습지로 대체될 '정해진 미래'였다. 그 너머의 세상을 꿈꾸는 법을 나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6학년 담임 선생님과의 만남은 내 삶의 궤도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선생님은 나를 단순히 돌봐야 할 학생으로 보지 않았다. 대신 내 손을 잡고 문밖으로 이끄셨다. 선생님과 함께 처음으로 타본 지하철의 덜컹거림, 낯선 식당에서 풍겨오던 음식 냄새는 내가 처음으로 온몸으로 느낀 '진짜 세상'의 공기였다.

​어느 날, 학교 운동장에 나란히 서서 선생님은 내게 물으셨다. "학교에 다니고 싶니?" 그 질문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갈망을 깨웠다. 간절함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던 그 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떨리면서도 용기 있는 대답이었다.

​선생님은 그 짧은 끄덕임에 담긴 무게를 외면하지 않으셨다. 완강했던 어머니를 설득하고, 내가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하며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셨다. 선생님의 헌신 덕분에 나는 집 안에 고립된 존재가 아닌, 평범한 교복을 입고 교실에서 친구들과 웃음을 나누는 학생이 될 수 있었다.

​만약 그때 선생님이 "우리 나갈까?"라며 먼저 손을 내밀어 주지 않으셨다면, 나는 여전히 거실 창밖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관심이 한 사람의 갇혀있던 세계를 어떻게 무너뜨리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지, 나는 선생님을 통해 배웠다. 나를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게 한 것은 단순한 물리적인 도움이 아니라, 나조차 포기했던 내 미래를 믿어준 선생님의 커다란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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