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이라는 말에 담긴 가장 눈부신 진심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었던, 무심하고도 단단한 우정

by 유열

중학교 입학식 날, 교문을 들어서던 나의 발걸음은 설렘으로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그 설렘이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은 언제나 나라는 존재보다 내게 붙은 ‘장애인’이라는 꼬리표에 먼저 머물렀다. 누군가 내게 다가오는 순간은 대개 내가 학급에 간식을 돌릴 때뿐이었다.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넓게 마음을 열어보려 애썼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매끈하게 포장된 겉치레뿐이었다. 내게 ‘진정한 친구’란 소설 속에나 존재하는, 결코 허락되지 않는 단어처럼 느껴졌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나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 기대를 버리는 것이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었기에, 타인이 다가오기 전 내가 먼저 마음의 빗장을 굳게 걸어 잠갔다. 그런데 어느 날, 그리 가깝지도 않았던 아이들 둘이 불쑥 말을 건넸다.
​“너도 교회 갈래?”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묘한 호기심이 일었다. 그렇게 시작된 동행은 생각보다 길었다. 전동휠체어를 타기 전까지, 그 친구들은 매주 우리 집을 찾아와 교회까지 나를 데려다주었다. 자신의 시간을 쪼개고 몸을 쓰는 그 수고로움을 마치 당연한 일과처럼 여기는 아이들을 보며 문득 궁금해졌다. 어느 날, 나는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질문을 던졌다.
​“그때 왜 나를 데리러 왔어?”
​돌아온 대답은 예상보다 훨씬 짧고 간결했다.
​“그냥.”
​어떤 거창한 이유도, 눅눅한 동정심도 섞이지 않은 그 무심한 ‘그냥’이라는 두 글자가 가슴 깊은 곳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어떤 계산도, 조건도 없는 순수한 우정의 증명이었다. 그 무심한 진심은 오랫동안 단단히 잠겨있던 내 세상의 빗장을 단숨에 풀어헤쳤다.
​그 두 친구를 시작으로 이제 내 곁에는 ‘장애’라는 껍데기가 아닌, ‘나’라는 사람의 본모습을 바라봐 주는 다섯 명의 소중한 친구가 남았다. 기대를 버렸던 그 삭막한 곳에서 나는 배웠다. 가장 위대한 배려와 사랑은 때로 특별한 이유를 대지 않는 ‘그냥’이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그 무심하고도 따뜻한 진심 덕분에, 꼬리표가 아닌 나의 이름으로 세상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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