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신을 대신한 물건
시간은 인간이 발명한 가장 오래된 신이다.
태양이 사라질 때마다 어둠이 두려웠던 시절, 인간은 불을 피우고 그림자를 보았다. 그림자는 곧 시간의 첫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 그림자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인간은 시간을 붙잡기 위해 도구를 만들었다.
그것이 해시계였고, 모래시계였고, 결국에는 금속과 전자의 얼굴을 한 ‘시계’가 되었다.
시계가 만들어지던 날, 인간은 신을 잃었고 대신 시간을 신의 자리에 앉혔다.
그때부터 인간은 시간 앞에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제발 늦지 않게 해 주세요.”
“조금만 더 주세요.”
“오늘 하루만 멈춰주세요.”
그 기도는 제사처럼 반복된다. 시계의 초침이 제단 위의 향불처럼 타오르고, 우리는 그 불길 아래에서 하루를 바친다.
이미지 1: 고요한 방, 시계 초침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다
시간은 한 번도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런데도 인간은 시간을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이 신은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은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지 않고, 오직 상처를 남긴다.
젊음이 사라질 때, 사랑이 식을 때, 기억이 퇴색할 때—그 모든 순간이 시간의 ‘계시’다.
그래서 인간은 시간을 ‘숭배’하면서도 ‘원망’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은, 사실 ‘시간 앞에서는 아무도 버틸 수 없다’는 고백과 같다.
시계는 그 신의 대리인이다.
벽에 걸린 둥근 시계는 신의 눈이다.
탁상 위의 전자시계는 신의 입술이고, 손목 위의 스마트워치는 신의 사제가 되어 우리의 맥박을 기록한다.
이 신은 모든 것을 잰다.
출근 시간, 식사 시간, 사랑의 지속 시간, 인간의 수명까지.
그리고 재단 위의 숫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는 늦었고, 부족하고,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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