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는 침묵 속에서 증명된다》

엘리베이터 안의 침묵

by 낙화유수

설명: 엘리베이터 안, 서로 눈을 피하는 사람들. 희미한 조명 아래 정적인 긴장감이 흐른다.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12층, 10층, 9층...
버튼은 하나씩 꺼지며 속도를 잃어갔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 고개를 숙였고, 누군가는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았다.
서로를 보지 않는다는 건
서로를 의식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아무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지만,
그 공간엔 정적이라는 이름의 대화가 꽉 들어차 있었다.

누군가의 숨소리,
휴대폰 진동이 만든 작은 떨림,
서로의 존재가 무겁게 흘렀다.


그 순간,
나는 묘하게 투명해진 기분이 들었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느낌.
엘리베이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나를 가장 잘 지우는 장소 같았다.


어쩌면 그게 편했는지도 모른다.
드러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고요.

설명: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밖에서 새어드는 주황빛 조명.
형식: 아크릴화 느낌, 대비 강한 빛과 어둠의 경계


8층.
누군가 내렸다.
그 순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움직였다.
나 역시 눈을 돌렸다.
그가 내리고 문이 닫히는 그 찰나,
내 뒷모습을 한 사람이 슬쩍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시선은 분명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있었다.

그 한순간, 누군가의 시야에 닿았다는 사실로
오늘 하루가 증명됐다.


작은 시선 하나에 존재를 확인받을 줄이야.


에필로그


사람들은 보통,
소리로 존재를 알리고
말로 감정을 증명하려 한다.

하지만


오늘 나는
‘아무 말 없이’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그 정적 속에서,
나도 누군가에게
한 번쯤은 ‘존재했던 사람’이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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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편 예고:
《2편 – 마주 앉은 두 사람의 거리》
: "우리는 왜 마주 앉았으면서도, 서로를 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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