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독자님, 겁먹지 마요

by 이유하

그는 언제부턴가 내 일기를 읽지 않는다고 했다.

두렵다고도 했던 것 같고

겁이 난다고 했던 것도 같다

같은 느낌의 말들이

마음을 누를 땐 각자가 되었다


나의 일상이 활기차기를 바란다고 했다

저녁이 되면

하루의 그늘이 내 얼굴에 얼마나 져 있는지부터 살폈다

나의 평온함을 위해 그는 치열함을 자처한다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답변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니 나는 그의 바람대로 수고대로

밝고 따스하기 위해 매일 나를 박박 닦았다


그러다 종종 그가 없는 저녁이 되면

나는 닦는 일을 그만두었다

얼룩진채로

바래진 채로

소파에 한참을 그렇게 나를 내버려 두었다


지난날 마음에 품어둔 숱한 영화들과 드라마를 새벽이 다 가도록 보고 또 봤다

그 속에서 사람의 활기를 구해다 먹었다

그의 빈자리를 그렇게 단단히 여며뒀다

추위에 지퍼를 올리듯

바람에 모자를 눌러쓰듯

매일 저녁 잠금장치를 걸어두는 일처럼

내 마음을 힘주어 끌어안았다


정작 그는 알지 못했다

그가 내게 바라던 소망들이

나 또한 그에게 똑같이 바라던 소망이었음을

하염없이 저녁마다 쓰러지는 그를 보며

내일이면 또 그다음 날이면

날마다 손톱만큼씩 닳아가는 그를 보며

종종만큼이라도 그가 싱그럽기를

종종만큼이라도 그가 낭랑하기를

나 또한 그만큼 소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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