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네에서 초등부터 중등까지 세 명이 붙어 다녔다.
고등학교를 달리 가며 새로 사귄 친구들로 우리는 자연스레 소원해졌다.
부모님들은 한동네 쭉 사셔서 소식은 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대학 졸업하자마자 결혼해서 바로 아이를 낳았고 맞벌이어서 친구 부모님이 아이들을 봐주시느라 그 아이들 크는 것도 오며 가며 봤다.
그때까지 나는 미혼이었으니 엄청 차이가 벌어졌다고 느끼던 때였다.
일찍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으니 나보다 훨씬 언니 같다고도 생각했다.
엄마는 가끔 그 친구 이름을 꺼내며 "땡땡이는 벌써 결혼해서 애가 둘인데 너는 아직 결혼을 안 해서 그런지 얼라 같다."
결혼하라는 부러움 섞인 말씀이셨을 텐데 난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
"그치? 걔는 진짜 성숙해 보이지?"
시간이 지나 나도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친구 부모님을 동네 식당에서 마주쳤다. 친구 아버님이 못 알아보시자 어머님이 설명을 해주신다.
"땡땡이 친구 헤리나잖아요"
아버님 매우 정직한 표정으로 " 아 그래요? 에고 우리 땡땡이는 친구에 비하면 애기다 아직"
"?? "
살짝 당황하신 어머님이 민망해하시며 "으유 당신 자식이니 당신 눈에나 그렇죠~"하고 얼버무리셨고, 나는 예의 바르게 웃었지만 꽤 충격을 받았다.
'설마 내가 더 나이 들어 보인다고? 그럴 리가 우리 엄마는 내가 더 어려 보인다고 했는데? '
엄마가 고슴도치 엄마인 줄 나는 까맣게 몰랐다.
첫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일 때 초등 수련회를 떠났다.
품 안의 아기들이 갑자기 며칠 집을 비운다니 아이 엄마들끼리 괜히 신이 나서 대낮에 홍대에 갔다.
플라워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니 그동안 동네에서 마시던 커피맛이 아니다.
커피 향인지 꽃향인지 젊은 거리에 취해서인지 아주 맛있고 기분이 들떴다.
거리를 구경하다 불쑥 들어간 소품 가게에서 하지도 않을 귀걸이도 사고 신이 나있을 때 걸려온 엄마의 전화
"어디고?"
"홍대에 엄마들이랑 나왔어요."
엄마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더니 걱정을 잔소리로 길게 해 주셨다.
"일찍 들어오고, 만다꼬 거기까지 갔노 놀아도 동네서 놀지! 조심하고! 총각이 예쁘다카미 말 시키도 따라가지 말고 그런 거 따라가믄 클난다!"
"ㅋㅋㅋㅋ 알았어요 아직 아무도 말 안 시켰어요."
그래도 이어지는 엄마의 낮은 목소리 "옛날 마을에도 제비한테 잘못 꼬시키가 쫓기간 사람 있었다 무서븐 세상이라! 얼른 들어와"
평일 낮 홍대 엄마와 통화 후
일행들한테 내용을 전하자 다들 크게 웃으며 한 마디씩 한다.
"어머니 걱정 안 하셔도 되는데 ㅋㅋ!"
그렇다.
엄마 콩깍지가 이렇게 두꺼운 것
이 집 엄마 눈엔 우리 딸이
저 집 아빠 눈엔 우리 딸이
예뻐서 걱정인 것
요즘 세상에 거울 있고 SNS 있고 암만 엄마가 이쁘다 이쁘다 해도 자식은 다 안다.
그래도 한껏 비이성적인 부모님 콩깍지는
자식에겐 든든한 마음 주머니가 된다.
언제까지고 안 벗겨지길 바라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