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넉살씨

엄마를 닮고 싶다.

by 헤리나


결혼한 지 수년 지나 아이 둘이 쑥쑥 자라던 어느 날

" 엄마, 나 결혼시키려고 뚜아줌마도 소개받고 선자리 열심히 알아봤는데 소용없네~ 결국 결혼은 내가 알아서 했지이~" 하며 장난을 걸었다.

" 그것도 내 때문에 한 줄 알아라"

"무슨 소리 내가 연애 결혼했잖아요"

"까뭇나? 한날 내캉 백화점 갔다가 김서방 전화받더니 ‘몰라요 잘 몰라요’하고 끊고는 삘삘 울면서 '안가- 이제 안 만나 잉!' 했던 거 이자뿟나?"

"??!"


잊고 있었다.

달달하게 연애하고 무난하게 결혼했다고 생각했다.

그랬다 헤어질 뻔했던 적이 있다.


서로 선 본 사람들이 있는 중에 연애를 하게 되어 각자 잘 정리하기로 하고 시작한 연애초기

알아서 정리했으려니 싶어 묻지 않고 만난 어느 날 같이 있는데 남자의 전화기가 울렸다.

남자는 서둘러 끊었는데 수화기 속 여자 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아직 정리 안 했구나 하는 생각에 그저 당장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사이도 시작만 했지 결혼으로 발전할지 확신이 없던 때였다.

그럴 때 여자한테 걸려온 전화에 나는 바로 방어적으로 변해 그냥 포기하려 했다.


'아직 정리 안 했네 그래 따져 물을 것도 없고 조용히 마무리하자' 생각하고 통화는 전혀 못 들은 척 앉아있었다.

남자는 수화기 밖으로 여자 목소리가 새 나왔다 생각을 못했는지 아무 변명을 하지 않고 우리의 말을 이어갔다.

그 모습에 실망해서 ‘엄마와 약속 시간이 다 되어 이제 가야 한다’며 일어났다.

남자는 함께 저녁 먹기로 한 약속을 상기시키며 "어머님이랑 몇 시에 헤어질 거야 저녁에 스테이크 사줄게" 하는데 알겠다 대답하고 서둘러 나왔다.


엄마를 만났는데 내내 마음이 들쑥날쑥하다가 걸려온 남자의 전화에는 시큰둥하게 끊었다.

이유를 묻는 엄마의 말에 울음이 터졌다.


내 이야기를 다 듣고 엄마는 " 남자가 건 거 아니고 여자가 전화 왔더라면서 그리고 남자가 끊었다며? 오늘 가서 사주는 고기나 묵고 뭐라 카는지 들어나 봐라"

'?? 그런가? 울 일이 아닌가?'

엄마의 간단한 정리에 그래 사실 확인하고 끝내도 늦지 않지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저녁 약속에 나갔다.

폭풍오열까진 아니지만 울다가 화장 고치던 그때의 내모습


엄마는 그날을 회상하며

“훌쩍훌쩍 울다가 백화점 벽으로 삑 돌아서가 톡톡톡 화장 찍어 고치고 가더니 그날밤에 헤헤하며 안 들어왔나?"

맞다 그날 엄마의 조언이 없었다면 나와 남편은 어쩌면 결혼을 못 했을지도 모른다.

그날 다시 만난 자리에서 오해는 가볍게 풀렸고 청혼까지 받았다.


일요일에 엄마가 성당을 가실 때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성당 가세요? 저도 성당 다녔는데 이 일 하면서부터는 못 가요" 하더란다.

엄마는 그때부터 성당에서 돌아오는 길에 주보를 경비아저씨께 드리며 성당 못 가도 주보라도 보시라 했다.


그러고 두어 달 지났는데 어느 날 엄마를 반갑게 세우더니 "덕분에 우리 마누라가 성당에 나가요. 우울증이 있어서 아무도 안 만나고 집에만 있더니 내가 던져놓은 주보를 봤나 봐요. 그러다 언제부터 성당에 가요"

엄마 덕분도 아닌데 엄마를 보고 반갑게 달려와 고마움을 표시하는 아저씨가 고마워서 엄마도

"아저씨 덕분이구만!" 하고 지나왔다.


또 두어 달 이번엔 엄마를 보고 울상을 지으며 "우리 마누라가 성당에 미쳤어요. 내가 쉬는 날에도 성당에 가버리고 없어요. 밥도 안 해줘요!"

엄마는 이번에도 덤덤하게 "딴 데 미친 거보다 낫구만" 했더니

"그건 맞아요 하하" 하고 웃더란다.


엄마는 조금 힘 빼는 지점과 정도를 정확하게 아신다.

그게 부럽다.


나 혼자 몇 번을 생각해도 화가 나는 일이 있어 엄마한테 털어놓으면 툭 한마디로 별 거 아닌 일로 만들어 주신다.

그래서 이혼의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남편은 전혀 모르는 나만 알고 소멸된 고비를 말이다.

"엄마 김서방이~~" 하며 흉을 보고 나면 엄마가 툭 "김서방 착하구먼 그는 그거고 이는 이거 아이가 네가 못 됐구먼"

"어 맞네"

이런 패턴이다.


웃길 줄 모르던 김서방도 우리 엄마 넉살이 좋다더니 어느새 배워 농담을 한다.

서울서 자란 남자가 농담을 구사할 때는 경상도 사투리인 걸 보니 엄마한테 배운 게지.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18화울 아부지 내로남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