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엔 늘 식빵 자세의 고양이가
툭, 투둑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감촉이 내 이마를 건드린다. 오전 네 시 삼십 분. 힘겹게 뜬 눈 위로 고양이가 내려다보고 있다.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다. 그냥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방식으로 깨울 뿐이다. 그것이 고양이의 루틴이니까.
수 분을 뒤척이다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부엌으로 가 사료를 덜어주니 녀석은 별다른 인사 없이 묵묵히 먹기 시작한다. 인간 사회에서라면 조금은 무례한 태도일지 모르지만, 고양이 세계에서는 그게 정상이다. 오도독 소리를 뒤로 하고, 나도 내 루틴을 따라 외출 준비를 한다. 네 시 반 기상. 고양이 아침밥 차리고 놀아주기, 새벽운동 후 학교 출근, 아이들 하교 후 수업준비, 퇴근 후 자격증 공부, 고양이 저녁밥 차리고 놀아주기, 여덟 시 취침. 그렇게 매일 반복되는 고양이 같은 삶.
일 년 전, 새해가 밝자마자 모종의 사고로 부상을 당했다. 액땜이라고 치부하기엔 다소 과했다. 양쪽 팔 전부를 쓸 수 없어 겨울방학 내내 침대생활을 했더랬다. 분명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되는 일상이 멈추었으면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는데. 모든 것이 멈춰버린 삶이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역시 난 전생에 고양이였나 봐’하는 바보 같은 망상은 덤이었다. 그나마 저릿한 어깨 위에 ‘진짜’고양이가 머리를 괴고 고로롱거림을 듣는 게 위안이 되었다.
태엽이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첨탑 위, 홀로 멈춰버린 이 나간 톱니바퀴처럼 침대 위에서 입춘과 우수를 흘려보냈다. 옆자리엔 늘 식빵 자세의 고양이가 함께 했다. 이윽고 경칩 무렵이 되어 거추장스러운 어깨 위 보조기를 허물처럼 벗어냈다. 겨울잠에서 깨어 땅 위로 올라온 개구리도 아마 이런 기분일까. 멈춤 뒤에 찾아온 해방감은 이상하리만큼 달콤했다. 일상이라는 러닝머신 위에서 끝없이 걸어갈 때는 느끼지 못했던 묘한 감정. 교사에게는 사형집행일과도 같은 새 학년 개학을 앞두고 ‘이 마음가짐이라면 두렵지 않아’라고 생각했지만, 잠깐이었다.
교실은 하루 종일 소란스럽다. 누군가는 “쟤가 욕했어요!”라고 고자질하고, 누군가는 거기에 맞서 “쟤가 먼저 시비걸었단 말이에요!”라며 목청을 높인다. 솔로몬의 재판을 기대하며 나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근엄한 판사가 되어야 한다. ‘너희 둘 다 문제야’하는 말은 차마 목구멍을 넘지 못한 채 “너의 입장도 일리가 있고, 너의 입장도 일리가 있구나”하며 서로에게 원만한 합의를 종용한다. 영 못마땅한 얼굴로 뒤돌아선 이들이 자리에 채 앉기도 전에 또 다른 학생이 찾아와 아끼던 샤프 펜이 사라졌다고 하소연한다. ‘잘 간수하지 못한 너 잘못이지’하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선생님이랑 같이 찾아볼까?”하며 사설탐정처럼 탐문해 나선다. 점심시간 내내 찾아도 나오지 않던 샤프 펜은 결국 수업시간이 되어 펼친 교과서에 꽂힌 채 발견됐다. “아, 여기 꽂아놨었지”하며 멋쩍게 웃는 그 학생을 바라보며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서 방학이 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