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배우

무명배우의 첫 번째 주저리_1 호팬

by 윤주나

영화관에서 과속스캔들을 봤다.

그때 영화가 끝난 후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 강렬하게 나도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다란 감정을 느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배우란 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어렸을 땐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봤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걸 입 밖으로 내뱉는 거 조차 부끄러워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장래희망을 얘기했다

그렇게 진짜 되고 싶었던 나의 꿈을 꽁꽁 혼자서만 숨기고 키우다가 처음으로 밝히게 사람이 있었다.

평범한 수업시간이었다. 짝꿍과 책상에 낙서를 주고받던 중 꿈에 대해 얘기가 나왔고, 그 순간 어쩌면 응원을 받고 싶었던 마음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책상에 아주 작은 글씨로 써 내려갔다. '내 꿈은 배우야' 친구가 네가 배우를 한다고? 란 시선을 보여주면 어떡하지 걱정했던 것도 잠시 친구는 밝게 웃으며 '그럼 내가 1호 팬 할래! '라고 책상에 적어주었다.

그렇게 아무거도 가지고 있지 않은 배우지망생의 첫 1 호팬을 자처해 준 친구의 응원을 등에 업게 되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배우가 되는 걸 강경하게 반대하셔서 연영과는 갈 수 없었지만 대신에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바로 서울에서 집을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돈만 모은 후 서울에 상경해 연기를 배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였는데 앞서 말한 친구도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종종 쉬는 시간마다 나는 친구에게 같이 서울 가자란 말을 가볍게(?) 했었고 이게 웬걸. 친구는 서울에 같이 가자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여줬다. 그렇게 우리 둘은 같이 살 집을 알아보고 서울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처음 학원을 다니게 되었을 땐 3년 정도 배우면 내가 꿈꾸던 스크린에 나오는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막상 내가 늘 꿈꾸고 연기를 위해 서울을 올라온 열정과 나의 연기실력은 반비례했다.

연기를 배우고 캐스팅이라는 시험대에 오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실패를 맞이하는 순간이 많았고 벽을 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게 힘들었다. 그때마다 축져진 상태로 집에 돌아오면 친구는 다독여줬고 내가 울면 같이 울어줬다. 그렇게 친구 앞에서 한참을 울다가.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실없는 농담 하면서 웃으면서 하루하루 보냈다.

시간이 흐르고, 연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친구에게 좋은 결과를 전한 적이 있었다.

얘기를 들은 친구는 길에서 방방 웃으면서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나는 친구의 눈을 보고 눈물이 맺혔다.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이렇게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친구를 보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세상에 많은 인연이 있지만 이렇게 나에게 온 진심을 다해 깊이 생각해 줄 수 있는 인연을 또 만날 수 있을까

그 친구가 옆에 있어준 덕분에 나는 숨겨왔던 꿈을 하나씩 펼칠 수 있는 용기를 가졌고,

꿈을 향해 걸어갈 수 있는 추진력에 불을 붙였고, 꿈 앞에서 무너져도 일어날 수 있는 단단함을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해 주는 사람에게 진심을 다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웠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세상을 향해 뛰어가던 아이였던 우리들이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함께 있으면 진지하다가도 말도 안 되는 얘기와 장난을 치며 웃음이 터진다. 함께 있으면 세상사람들 중 우리만 그 순간 교복을 입었던 순간으로 타임워프를 한 것 같은 마법의 시간을 가지는 느낌이다.

이런 마법 같은 순간들을 오천만 번 더 느끼고 싶다.

끝으로 나의 10대와 20대를 의미 있게 성장하게 해 준 친구에게 이 글을 빌어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친구야 언젠간 세상 사람들 앞에서 외칠게. 나의 1 호팬이 되어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네가 나의 팬이라고 한 것처럼 나도 너의 인생의 팬이야 그러니까 네가 어떤 길을 걷던 너의 인생을 응원할게!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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