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여행

가방은 가볍게, 머리도 가볍게

by 윤주나

20대 초반에는 혼자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20대 후반이 되고, 혼자 여행을 즐기게 되었다.

혼자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던 이유는 크게 없다. 평일에 같이 여행을 떠날 친구가 없었다는 것.

그래서 그냥 나 혼자 떠났다.

며칠 전에도 바다가 보고 싶어 혼자 속초를 다녀왔다. 혼자 여행 가서 뭐 했어?라고 묻는다면

음.. 그냥 바다보고 물회 먹고 왔어란 말 밖에 할 게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혼자 여행을 가도 무엇인가를 보고, 느끼고, 맛보고 내 휴대폰에 사진이 가득 차고

다리가 아플 만큼 걸어야지만 여행을 했구나라고 만족했었던 거 같다.

처음으로 진짜 바다가 보고 싶어서 바다를 보러 갔고, 아무거도 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한 여행이구나라는 걸 느꼈다.

처음 속초로 가기 전에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서 속초맛집, 속초여행코스 등을 검색하면서 어디를 가야 할지 찾아보고 또 코스를 짜기도 했고, 여행을 갔을 때 무엇이라도 하고 느껴야 한단 생각에 서핑을 해야겠단 마음으로 수영복까지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읽고 있던 책도 다 읽으려고 책도 챙겼고, 사진도 많이 찍어야 해서 카메라도 챙겼다. 혼자 가는 여행이었지만 내 가방은 무엇인가를 하려는 마음으로 무거워지게 되었다.

하지만 속초에 도착 후 나의 야무진 결심은 다 뒤집어지게 되었다.

서핑을 하지 않아서 수영복을 꺼내 지도 않았고, 빙수대신 물회를 먹었고, 책 대신 바다 풍경을 눈에 담았다.

아! 내가 계획했던 것 중 유일하게 많이 실천했던 것은 바다풍경을 그나마 조금 찍었다는 것.

그리고 꼭 혼자여행을 떠나면 스스로 자아성찰을 하고 와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던 거 같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어떤지 나는 누구인가 하는 그런 자아성찰도 없었다. 오로지 눈에 보이는 걸 보고

배고프면 먹고 걷고 싶으면 걸었던 그 순간의 충동에 의해 이루어진 여행이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렇게 아무거도 하지 않을 거면서 왜 속초까지 왔어! 라며 나를 자책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서울로 돌아오면서 어떠한 자책의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그냥 단순히 배부르고 날씨 좋아서 다행이었다란 기분을 느꼈던 거 같기도 하다.

오로지 그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나를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물론 여행을 가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행에서 나에 대한 생각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가져다주는 것이 정말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날은 오롯이 그 날씨와 풍경을 즐기고 아무거도 하지 않는 것을 하는 여행도 해보면 어떨까

생각보다 아무거도 하지 않는 거라는 것이 어렵다. 또 아무거도 하지 않는 것이 아무거도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분명 그 시간들 속에서 나도 모르게 비워지는 것과, 채워지는 것이 있으니까.

여행을 가기 전 코스를 찾지 않고 가벼운 가방을 가지고 한번 떠나 보는 것을 추천한다. 새로운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어떤 건지 그냥 오롯이 그 주변을 둘러보고 걸어보자. 그 자체만으로도 내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나라는 사람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을 것이다!

KakaoTalk_20250608_102119437_01.jpg
KakaoTalk_20250608_102119437.jpg




작가의 이전글파도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