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을요
읽씹과 안읽씹 어떤 게 더 기분 나쁘세요? 란 질문이 종종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무엇이 더 기분 나쁜 걸까? 두 개 다 당해본적도 있으니 그때를 생각해 본다. 음.. 결론은 둘 다 기분 나쁘다.
불과 내가 학생 때만 해도 씹는 거란 자체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생각했던 거 같다.
연락을 먼저 끝내기가 어려워서 이상한 말과,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채팅창이 길어졌었는데
이제는 채팅창에 덩그러니 내 말풍선만 남아있다.
씹으면 휴대폰을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되니까 각자의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이 좋은 건가? 끝이라는 것에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있는 건가?
끝.이라는 게 쉬워진 것 같아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끝냄을 당하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어떨 땐 답이 없는 톡방을 보고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혹시나 내 말이 상대에게 상처를 준 걸까? 내가 잘못한 걸까
반면에 끝낸 사람들은 진짜 큰 의미가 있어서 끝낸 걸 수도 있고, 또 아무 의미 없이 끝낸걸 수도 있다.
정말 이유가 있어서 끝을 내는 거라면, 그래도 우리 사이의 문제가 있다고 조금이라도 표현해 주면 안 되었던 걸까? 작은 한마디라도 해주지.
이유 없이 끝낸 거라면, 그것도 말해주지. 알겠어 다음에 연락할게, 그것도 안되면 작은 이모티콘 하나가 그렇게 어려운가
예전엔 배려가 과해서 부담이 되었던 서로라면, 요즘은 서로보단 각자의 입장이 더 큰 거 같다. 이젠 대답 없는 톡방을 보면, 그럼 나도 너랑 연락 안 할래 라며 이상한 심통이 생긴다. 그렇게 관계라는 큰 매듭이 하나씩 사라지겠지
그런 세상에 적응하는 것도 무서우면서, 단단한 줄 알았던 매듭이 한순간에 풀리는 것을 느끼면 마음이 공허하고 씁쓸하다.
먼저 끝내라고 미루고 미루며 메시지창이 이모티콘으로 가득했던 상대에 대한 생각과 배려가 과하다고 느꼈던 그 시간들이 그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