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타기

서핑 좋아하세요?

by 윤주나

제주도 생활을 하기 전에 제주도 버킷리스트를 작성했었다. 그 버킷리스트 중엔 한라산 백록담 등반과 서핑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백록담 대신 영실코스를 등반했고, 서핑은 수온이 생각보다 낮아서 바다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백록담과 서핑 때문이라도 내년에 제주도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확실해졌다.

나는 작년 여름 강릉에서 강릉에서 서핑을 처음 접했었다. 한 여름의 강릉은 무척이나 더웠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파란 바다는 끝도 없이 펼쳐져있었다. 바다 위에는 서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나로서 서핑은 금방 배울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바다 위에 보드를 띄우고 강사님을 따라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전에 물놀이를 할 때는 늘 백사장을 바라보는 입장이었는데, 바다 안쪽으로 파도를 거슬러 가는 건 처음이라 그때부터 두려움과 걱정이 조금씩 피어올랐다.

보드 위에 엎드린 채로, 파도를 기다리는 곳으로 양손을 쉬지 않고 물을 저으며 나아갔다.

중간쯤 갔을 때 순간 내 키보다 훨씬 큰 파도가 몰려왔다. 맘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파도가 머리를 덮쳐 보드에서 떨어졌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정신없이 물속에서 헤매다가 어렵게 보드 위에 올라탔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 바다에 들어왔던 사람들이 놀라서 허겁지겁 모래사장으로 나갔고, 파도는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파도에 크게 당한 사람들 대부분 다시 바다로 들어가는 걸 포기했다. 나는 이대로 집에 가긴 아쉬워 두려운 마음이 컸지만 강사님과 보드에 매달려있는 리드줄만 믿고 파도가 치고 있는 바다로 들어갔다.

큰 파도에 부딪혀 몇 번이나 물에 빠졌다. 계속된 실패 끝에 마지막 시도에 아주 잠깐 보드 위에 설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강사님께 서핑을 잘하는 법에 대해 질문을 했다. 실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간단했다. 파도에 졸지 않는 자신감과 보드 위에 서는 감을 잃지 않게 하는 것. 두려움 없이 계속해서 시도해 보고 수없이 물을 먹으면서 무조건 꾸준히 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서핑과 인생이 닮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아마 서핑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이 말을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서핑을 하기 위해선 파도의 출발지점을 향해 계속해서 보드 위에서 손을 저으며 나아가야 한다. 파도를 기다리는 곳을 라인업이라고 부르고 손을 젓는 행위를 패들링이라고 부르는데 처음 할 땐 팔이 아프고 힘들어서 멈추고 싶은 충동이 든다. 하지만 그걸 멈추는 순간 다시 파도에 떠밀려 출발지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열심히 라인업을 향해 가는 도중 파도를 잘못 만나면 보드에서 떨어져 물을 먹게 될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파도를 넘었다고 안심할 수 없다. 바다에 있는 동안은 무조건 그런 파도를 또다시 만나기 때문이다. 파도를 피해 가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라인업을 향해 가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것.

만약 포기가 싫다면 몇 번이고 파도에 부딪혀야 한다. 계속해서 물에 빠지다 보면 파도가 왔을 때 빠지지 않거나, 빠지고 나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이 터득한 걸 알 수 있다. 목표지점인 라인업에 도착하고 파도를 기다리면 된다. 그 파도를 올라탈 수도 있고 놓칠 수도 있지만 어떤 파도를 만나던 무작정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 수십 번 시도를 하면 내가 탈 수 있는 파도를 만날 수도 있고 또 탈 수 없을 것만 같던 파도를 타는 순간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도 똑같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그 길을 가는 도중에 예측할 수 없는 벽들과 장애물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 벽과 장애물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깡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멈추지 떨어지고 깨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분명히 내가 원하는 도착점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순간 내가 원했던 길을 달릴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길이 내 눈앞에 펼쳐질 수도 있지 않을까


끝을 모르는 바다처럼, 우리의 인생도 끝을 모른다. 이런 길을 힘들게 생각하지 말고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처럼 인생을 즐기는 서퍼가 되어보자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간 좋은 일이 행복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슬슬 여름이 오니 또 서핑을 하러 바다가 있는 곳으로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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