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종종 진실보다 더 선명하게 왜곡된다.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백화점 쇼핑 중, 선글라스를 어느 매장에 두고 왔다는 걸
꽤 시간이 지나서야 알아차렸다.
기억을 더듬었다.
하얀색 데스크, 그 브랜드.
장면이 내 머릿속에 또렷하게 떠올랐다.
기억을 따라 매장에 다시 갔는데—
데스크는 나무색이었다.
순간, 어딘가 어긋난 기분.
분명하다고 믿었던 내 기억이
현실과 다르게 맞서고 있었다.
몇 군데 매장을 더 돌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처음 갔던 그 매장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그곳에 선글라스는 있었다.
내가 찾던 매장이 맞았다.
하얀색 데스크였다고 확신했던
그 기억은, 틀렸다.
아무 일도 아닌 하루의 작은 에피소드였지만—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기억이 이렇게 쉽게 어긋날 수 있다면,
우리가 “그땐 정말 행복했어”,
혹은 “그때는 너무 힘들었지”라고 말하는 것들도
과연 진실일 수 있을까.
기억은 사진이 아니다.
그건 그림이다.
시간이 지나며 덧칠되고, 번지고,
새로운 감정으로 다시 그려진다.
내가 보았다고 믿는 장면조차
실은 내가 만든 해석일 수 있다.
하얀 데스크.
그건 결국, 내 마음속 이미지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작고 어긋난 이미지 하나가
기억이라는 것의 본질을
조용히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