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함 6화: 은은함의 역설

은은함은 '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이다

by 크리슈나

이 연재를 쓰면서, 나는 하나의 역설을 마주했다.


"은은해지려고 노력하는 것도, 결국 힘을 주는 게 아닌가?"


5화까지 쓰며 뱀을 구분하는 법,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기준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만약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나도 은은해져야지"라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 이미 은은함에서 멀어진다는 것을.


왜냐하면 은은함은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은은함은 '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이다. 노력해서 얻는 게 아니라, 놓아줘서 드러나는 것이다. 힘을 빼려고 애쓰는 순간, 이미 힘을 주고 있다.


이것이 은은함의 가장 큰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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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함정: 자연스러워지려 애쓰기


명상을 배워본 사람은 안다.


"생각하지 마세요"라는 지시를 받는 순간,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생각이다. 노력하면 할수록, 더 멀어진다.


은은함도 마찬가지다.


"힘을 빼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힘을 주고 있다. "자연스러워야지"라고 다짐하는 순간, 이미 부자연스럽다. "은은해 보여야지"라고 의식하는 순간, 이미 연출이 된다.


왜?


노력은 본질적으로 힘을 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노력한다는 것은 현재의 나를 부정하고, 다른 무언가가 되려고 애쓰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안 되고, 저렇게 돼야 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 자체가 이미 긴장이고, 불안이고, 힘주기다.


그리고 그 긴장은 숨길 수 없다. 아무리 겉으로 차분한 척해도, 내면의 노력은 몸과 목소리와 눈빛에 배어 나온다.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은 자연스럽지 않다. 오히려 더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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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의 함정: 더 나아지려는 강박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말한다. 더 나아져라. 더 성장해라. 더 발전해라.


자기 계발서는 쏟아지고, 유튜브는 "OO 하는 법" 영상으로 넘쳐난다. 아침 루틴, 저녁 루틴, 독서 루틴, 운동 루틴. 모든 것을 최적화하고, 효율화하고,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은은해지는 법"도 배우려 한다.


"어떻게 하면 목소리에 힘을 뺄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은은한 사람이 될 수 있나요?"


하지만 이 질문 자체가 이미 문제다.


은은함을 '획득할 기술'로 보는 순간, 그것은 또 다른 자기 계발 항목이 된다. 체크리스트에 추가할 목표가 된다. "오늘 힘 빼기 연습 30분" 같은 루틴이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은은함은 사라진다.


왜?


은은함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이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은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습관, 새로운 능력. 하지만 은은함은 반대다. 덜어내는 것이다. 불필요한 긴장, 과잉된 표현, 억지스러운 노력을 빼는 것이다.


더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어떻게 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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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가 되는 순간, 연출이 된다


5화에서 우리는 뱀을 구분하는 법을 배웠다. 연출된 은은함과 진짜 은은함의 차이를.


그런데 역설이 있다.


만약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나도 진짜처럼 은은해져야지"라고 생각한다면? 은은함을 '목표'로 삼는 순간, 그것은 '전략'이 되고, '연출'이 된다.


"저 사람처럼 조용하게 말해야지"

"저 사람처럼 침묵을 활용해야지"

"저 사람처럼 겸손해 보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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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철학, 법학을 전공| 화가 | 작가 | AI·반도체·기업분석, 사유의 결로 꿰어진 이야기들, 다양한 분야의 통찰을 삶의 층위를 담아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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