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와 기린-같은 길 다른 발자국
함께 걷는다고 같은 길을 걷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날은 안개가 자욱했다
고라니는 앞을 잘 볼 수 없었고,
기린도 멀리 볼 수 없는 자신이
처음으로 불안했다
둘은 나란히 걸었다
그러나
발자국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고라니야,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기린이 물었다
고라니는 잠시 멈췄다가
풀잎 사이를 응시하며 말했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그곳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감각은 있어."
기린은 그 말이
조금 아프게 느껴졌다
그의 키는 하늘에 닿았지만
고라니의 발길은
자신이 닿을 수 없는 숲 속으로
점점 깊어져 가고 있었으니까
함께 걸어도,
같은 속도로 걷지 않을 때
같은 곳을 보아도,
서로 다름을 느낄 때.
기린은 처음으로
고라니의 뒤를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너를 따라가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너를 놓치지 않으려 한 걸까?”
고라니는 멈춰 서서
뒤돌아보았다
기린이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우리,
함께 걷고 있었지만
항상 같은 방향은 아니었구나.”
기린은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아무 말 없이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라니는 숲을 향해 다시 걸었고
기린은 고개를 들어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발자국은
결국 사라졌지만,
그 길 위에 남은 건
따뜻한 시선의 여운이었다
어긋났지만
결코 단절되지 않은,
서로를 깊이 품은
두 존재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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