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시 2편

고라니와 기린-같은 길 다른 발자국

by 크리슈나


함께 걷는다고 같은 길을 걷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날은 안개가 자욱했다

고라니는 앞을 잘 볼 수 없었고,

기린도 멀리 볼 수 없는 자신이

처음으로 불안했다


둘은 나란히 걸었다

그러나

발자국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고라니야,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기린이 물었다

고라니는 잠시 멈췄다가

풀잎 사이를 응시하며 말했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그곳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감각은 있어."

기린은 그 말이

조금 아프게 느껴졌다

그의 키는 하늘에 닿았지만

고라니의 발길은

자신이 닿을 수 없는 숲 속으로

점점 깊어져 가고 있었으니까

함께 걸어도,

같은 속도로 걷지 않을 때

같은 곳을 보아도,

서로 다름을 느낄 때.

기린은 처음으로

고라니의 뒤를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너를 따라가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너를 놓치지 않으려 한 걸까?”

고라니는 멈춰 서서

뒤돌아보았다

기린이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우리,

함께 걷고 있었지만

항상 같은 방향은 아니었구나.”

기린은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아무 말 없이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라니는 숲을 향해 다시 걸었고

기린은 고개를 들어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발자국은

결국 사라졌지만,

그 길 위에 남은 건

따뜻한 시선의 여운이었다

어긋났지만

결코 단절되지 않은,

서로를 깊이 품은

두 존재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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