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의 성적표
우리는 보통 실력을 묻는다.
매출은 얼마인가?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가?
사람들은 얼마나 똑똑한가?
하지만 반도체 공장에서는 그 모든 대답이 단 하나의 숫자로 환원된다.
수율(Yield).
이 숫자가 바로 ‘실력’이다.
수율은 무엇인가 – 칩의 성공률, 인간의 실패율
수율이란, 전체 생산된 칩 중에서 정상 작동하는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웨이퍼 한 장에서 500개의 칩이 나왔는데, 그중 350개만 제대로 작동하면 수율은 70%다.
이건 단순한 품질관리 지표가 아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수율은 곧 돈이고, 신뢰고, 전략이다.
왜냐하면,
원가는 수율과 상관없이 들어간다.
→ 100장을 만들어도, 70장이 쓸모 있으면 나머지 30장은 비용만 쓴 쓰레기다.
수율이 낮으면 공급 계약을 망친다.
→ 납기일 내 납품 불가능. 고객 이탈. 주가 하락.
수율이 낮으면 기술력이 없는 것이다.
→ “먼저 만든 것”보다 “잘 만든 것”이 선택받는다.
수율은 공장의 철학이다
수율은 단순한 ‘확률’이 아니다.
그건 기술자의 피로, 경영진의 인내로, 고객의 불신을 견디며 버틴 자들의 ‘집합적 철학’이다.
공정 하나하나의 정밀도
장비 간의 정합성
불량 원인 찾기 위한 미세 데이터 분석
시간과 자금과 정신력을 소모하는 반복 실험
수율은 ‘얼마나 잘 만들었는가’보다 ‘얼마나 덜 망가졌는가’를 말해주는 숫자다.
그래서 수율은 곧 기업의 회복탄력성이다.
수율로 뒤집힌 기술사의 역사
▪️ 1980년대 일본 도시바 vs 미국
미국은 일본의 수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유가
“기술 도둑질” 때문이라 주장하며 무역보복을 감행했다.
→ 수율 = 국제 정치의 전쟁터가 되었다.
▪️ 2019년 삼성 7nm vs TSMC
삼성은 GAA 공정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지만
초기 수율 안정화에 실패.
반면 TSMC는 기존 공정 기반으로 안정적 수율 확보.
결국, 고객사들은 TSMC를 선택했다.
→ 수율은 ‘기술력의 실전 점수’다.
수율은 왜 공개되지 않는가?
간단하다.
수치가 곧 신뢰기 때문이다.
고객사가 이탈할 수 있고
경쟁사에게 약점을 노출할 수 있으며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우리는 수율을 추정해야 한다.
▶ “공정 안정화 중” = 수율 낮음
▶ “고객사 확대” = 수율 안정화
▶ “양산 지연” = 수율 문제
이 단어들을 해석할 줄 아는 사람만
뉴스에서 미래를 읽는다.
수율은 칩의 성적표가 아니라, 사람의 실패율이다
모든 칩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
수율 100%는 신화일 뿐이다.
우리는 단지 덜 망가진 칩, 덜 오류 난 공정, 덜 틀린 판단을 향해
계속 ‘조금 더’ 나아갈 뿐이다.
수율은 말해준다.
얼마나 실패했는지,
그리고 그 실패를 어떻게 견뎠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