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TSMC vs 삼성, 같은 듯 다른 두 강자

“칼을 만드는 장인” vs “칼을 휘두르는 제국

by 크리슈나


두 강자의 다른 철학이 세계 질서를 흔들다


1. 두 이름으로 갈리는 세계: TSMC와 삼성전자


2025년, 반도체 산업은 여전히 두 개의 이름으로 나뉜다.

하나는 대만의 TSMC —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의 삼성전자.


이들은 단순한 기술회사가 아니다.

TSMC는 애플·엔비디아·퀄컴·AMD의 칩을 실제로 만드는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이자, 모바일·서버용 시스템 반도체까지 스스로 설계하고 생산하는 수직통합형 제국이다.


그러나

이 두 거인의 본질은 정반대다.

철학도 전략도, 그리고 고객의 ‘신뢰’를 얻는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2. TSMC: 칼을 쥔 자가 아닌, 칼을 만들어주는 자


TSMC는 한 가지 원칙을 고집한다.


“We don’t compete with our customers.”

— 고객과 절대 경쟁하지 않는다.


이 말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다.

TSMC의 비즈니스 모델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다.


TSMC는 단 한 번도 칩을 스스로 설계한 적이 없다.

그들은 철저히 제조에만 집중한다.


고객이 무기를 설계하면, TSMC는 그 무기를 가장 정밀하게 만들어준다.

설계에 손대지 않음으로써 중립성을 지키고, 고객사들의 로드맵이 TSMC 안에서 충돌하지 않도록 한다.


애플과 엔비디아가 나란히 같은 팹에서 칩을 생산하는 이유는 단 하나 —

믿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곧 기술을 넘어 산업 질서를 지배하는 무기가 된다.


3. 삼성전자: 칩을 설계하고, 칩을 만드는 제국


반면 삼성전자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삼성전자는 스스로 칩을 설계하고, 직접 생산하며, 메모리·시스템 반도체·스마트폰·서버까지 통합된 하드웨어 제국을 구축해 왔다.


삼성은 ‘Exynos’ 같은 AP도 직접 설계하고,

‘HBM3 E’ 같은 고대역폭 메모리도 자체 생산하며,

이제는 엔비디아의 HBM 공급망 핵심 파트너가 되었다.


하지만 바로 이 ‘다 한다는 점’이 문제이기도 하다.


외부 고객 입장에서는

삼성이 경쟁자이자 공급자라는 점이 부담이다.

내가 맡긴 칩이 만들어지는 공장에서,

내 경쟁자의 칩 개발 전략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4. 파운드리의 본질은 ‘기술력’이 아니라 ‘신뢰력’이다


기술만 놓고 보자면 삼성은 TSMC를 거의 따라잡았다.

2022년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반의 3 나노 공정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기술 리더십을 과시했다.

2024년부터는 HBM4 양산도 눈앞이다.


그러나 파운드리 세계에서 중요한 건

누가 먼저 3 나노를 양산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오랫동안 믿고 맡길 수 있는가다.


TSMC는 조용한 조연이 되어 고객의 로드맵을 실현하고,

삼성은 무대의 주연으로 자사의 존재감을 강조한다.


둘 다 옳지만, 전혀 다르다.


5. 지정학의 균열: 칩 전쟁의 또 다른 변수


TSMC는 지정학적 불안정성 위에 서 있다.

대만해협 위기, 중국의 무력 통일 가능성,

그리고 미국의 전략적 의존 —

이 모든 것들이 TSMC의 존재 자체를 흔든다.


그래서 TSMC는 움직인다.


미국 애리조나 공장 가동 (2025년 2 공장 착공 예정)


일본 구마모토 공장 본격 생산 시작


독일 드레스덴 공장도 EU 지원 하에 착공


이는 단순한 분산 생산이 아니다.

국가 간 반도체 동맹을 끌어내는 전략적 연합이다.


삼성은 달리 간다.

한국 중심의 수직통합 + 미국 내 일부 전략 생산 거점.

텍사스 테일러시에 짓는 파운드리 공장은 TSMC와의 지정학적 간극을 줄이기 위한 포석이지만,

삼성의 본진은 여전히 ‘경기-평택’이라는 단일 축에 있다.


6. AI 전환 시대, 누구와 손잡느냐가 미래를 바꾼다


2025년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TSMC의 독무대에 가깝다.


엔비디아의 GPU, 애플의 M시리즈, AMD의 AI 칩, 심지어 테슬라의 FSD칩까지

모두 TSMC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삼성도 HBM에서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다.

TSMC가 따라오기 힘든 ‘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은 하이닉스와 함께 “엔비디아의 믿을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되고 있다.


AI 시대의 칩은 설계 + 연산 + 메모리의 삼각 구조로 재편되고 있고,

이제 경쟁은 단일 공정이 아닌 AI 전환 생태계 전체의 신뢰로 옮겨가고 있다.


7. 맺으며: 기술이 아닌 철학의 싸움


TSMC와 삼성,

이 둘은 단지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그들은


세계 공급망의 심장이고


AI 시대의 문지기이며


지정학 균형을 재편하는 그림자 정부다.


하나는

“당신의 무기를 가장 정밀하게 만들어주는 조력자.”


다른 하나는

“스스로 무기를 설계하고, 세계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국.”


결국 이 싸움은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신뢰를 어떻게 설계하고, 지속가능하게 증명하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이 조용한 싸움이

향후 10년,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기기와 국가 전략에

보이지 않는 균열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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