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도광양회 1화: 조용한 용의 각성

반도체 실패에서 배운 새로운 전략

by 크리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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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권력의 심장부, 한 남자의 쓴 각성-


"동지들, 우리는... 실패했습니다."


시진핑의 목소리가 떨렸다.

평생 이런 말을 입 밖에 낼 줄 몰랐던 남자였다. 늘 승리만을 말해왔던 입술이, 이 순간만큼은 패배를 인정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순간을 꿈에서조차 그려본 적이 없다. 14억 인민 앞에서 '실패'라는 단어를... 하지만 거짓으로 포장할 수는 없다. 진실을 직시해야 길이 보인다.


회의실 안 참모들의 숨소리마저 들릴 만큼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 기침 소리를 냈고, 그 소리조차 차갑게 얼어붙은 공기를 가르지 못했다.


화면에는 잔혹한 현실이 붉은 숫자로 새겨져 있었다.


중국 반도체 자급률: 7%

첨단 반도체 기술 격차: 10년

NVIDIA 의존도: 95%


10년간 3,000억 달러...


한국의 GDP와 맞먹는 돈을 쏟아부었는데.



시진핑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어젯밤에도 잠들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서도 계속 이 숫자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버지라면 어떻게 했을까? 마오 주석이라면? 등소평이라면?'


"주석 동지..." 한 참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직 포기할 때가..."


시진핑이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아닙니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 다음 승부도 없습니다."


'거짓 위안은 더 큰 재앙을 부른다. 이미 충분히 배웠다.'


그는 책상 위의 두꺼운 보고서를 들어 올렸다. 표지에 인쇄된 글자들이 새로운 희망처럼 보였다.


[AI 굴기 2030: 도광양회 전략서]


"반도체에서는...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이 말이 이렇게 쓰라릴 줄이야. 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길을 찾는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패배의 절망에서 새로운 결심으로.


"하지만 AI에서는... 우리가 앞설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에는 용이 깨어날 것이다. 하지만 조용히, 아주 조용히.'


그 순간부터 중국의 전략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더 이상 '중국제조'를 외치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기술 굴기'를 자랑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숨기로 했다. 능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기로.


용이 다시 잠든 척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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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쓰라린 교훈; 화웨이 사태, 그날의 충격


-2019년 5월 15일, 모든 것이 무너진 날-


"화웨이 공급 중단 확정."


CNN 뉴스가 중난하이 상황실 대형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시진핑은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말이 안 된다. 세계 1위 통신장비 회사가... 하루아침에?'


경제부총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

"주석 동지, 확인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엔터티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시진핑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화웨이는 우리의 자랑이었다. 5G에서 세계를 앞서고 있었는데... 이럴 수가.'


"정확히 어떤 부품들이 차단되는가?"

"퀄컴 칩, 구글 안드로이드, 인텔 프로세서... 미국 기술이 들어간 모든 것입니다."


과학기술부 장관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덧붙였다.

"사실상 화웨이 스마트폰 생산이 불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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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철학, 법학을 전공| 화가 | 작가 | AI·반도체·기업분석, 사유의 결로 꿰어진 이야기들, 다양한 분야의 통찰을 삶의 층위를 담아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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