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나는 왜 생각보다 흘러가버리는가

의식적인 삶이 주는 선물 창의성

by 크리슈나


♤ 어제 당신은 무엇을 했는가?


어제 오후 3시에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정확히 기억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답하지 못한다. 분명히 무언가를 했을 텐데,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마치 자동 조종 장치로 살아가는 것처럼, 하루가 그냥 지나가버린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매튜 킬링스워스(Matthew Killingsworth)가 2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사람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47%를 현재가 아닌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다. 거의 절반의 시간을 '정신없이' 살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것이다. 마음이 방황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행복도는 떨어진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고 있어도, 정신이 딴 곳에 가 있으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있지만 살고 있지 않은' 상태로 인생을 보내고 있다.


▪︎ 자동 조종의 달콤한 유혹


왜 우리는 이렇게 될까? 뇌과학적으로 보면, 인간의 뇌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가능한 한 자동화된 패턴을 선호한다.


MIT의 신경과학자 앤 그레이비엘(Ann Graybiel)은 '습관의 신경 회로'를 발견했다. 바로 기저핵(basal ganglia)이라는 뇌 부위다. 기저핵은 반복되는 행동을 '청크(chunk)'로 묶어서 자동화한다. 양치질을 할 때 하나하나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시스템은 진화적으로 매우 유용했다.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행동들을 자동화해서 뇌가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 너무 많은 것들이 자동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점심을 먹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고,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까지. 거의 모든 일상이 자동화된다.


듀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행동의 40% 이상이 의식적 결정이 아닌 습관에 의한 것이다. 절반 가까운 삶을 의식 없이 살고 있는 셈이다.


▪︎ 의식을 잃는 순간들


스탠퍼드 대학의 신경과학자 로버트 사폴스키(Robert Sapolsky)는 '자동화된 행동'이 어떻게 의식을 차단하는지 연구했다. 그의 발견은 놀라웠다.


"루틴이 시작되는 순간, 전전두피질의 활동이 급격히 줄어든다." 전전두피질은 의식적 사고, 계획, 판단을 담당하는 뇌의 CEO다. 습관적 행동을 할 때는 이 영역이 거의 꺼진다.


▪︎이것이 왜 위험한가?


2009년,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다. 한 직장인이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 어느 날 지하철 노선이 바뀌었는데도 그는 평소 습관대로 행동했다. 결국 완전히 다른 곳에 도착해서야 정신을 차렸다.


이것이 '습관적 실명(habitual blindness)'이다. 루틴에 빠지면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 주변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나은 선택지가 있는지 보지 못한다.


♤ 시간 도둑의 정체


현대인의 의식을 빼앗는 가장 큰 범인은 '멀티태스킹'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클리퍼드 나스(Clifford Nass) 교수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멀티태스킹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집중력, 기억력, 작업 전환 능력 모두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멀티태스킹을 하면서도 자신이 효율적이라고 착각한다는 사실이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인간의 뇌는 진정한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 실제로는 태스크 스위칭(task switching), 즉 여러 작업 사이를 빠르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이때마다 뇌는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을 지불한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의 글로리아 마크(Gloria Mark)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집중이 중단된 후 다시 원래 작업에 완전히 몰입하는 데 평균 23분 15초가 걸린다. 하루에 수십 번 방해받는다면, 진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


스마트폰은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시카고 대학의 아드리안 워드(Adrian Ward) 교수의 실험 결과, 스마트폰이 시야에 있기만 해도 인지 능력이 10% 감소한다. 무음 모드여도 마찬가지다. 뇌가 "알림이 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으로 계속 방해받기 때문이다.


♤ 깨어있는 삶을 산 사람들


역사상 '의식적으로 살기'를 실천한 사람들을 살펴보자.


▪︎부처의 마음 챙김(Mindfulness)


2500년 전 부처는 '사띠(Sati)', 즉 마음 챙김을 강조했다. 현재 순간에 완전히 깨어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걸을 때는 걷는 것을 알고, 앉을 때는 앉는 것을 알고, 숨 쉴 때는 숨 쉬는 것을 아는 것이다.


현대 신경과학은 부처의 통찰이 정확했음을 증명한다. 하버드 의대의 사라 라자르(Sara Lazar)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8주간 마음 챙김 명상을 한 사람들의 뇌에서 놀라운 변화가 관찰되었다.


- 전전두피질 두께 증가 (의식적 사고 능력 향상)

- 편도체 크기 감소 (스트레스 반응 완화)

- 해마 부피 증가 (기억력과 학습 능력 향상)


▪︎소로우의 의도적 삶


19세기 미국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는 월든 호숫가에서 2년간 홀로 살며 '의도적인 삶'을 실험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나는 의도적으로 살고 싶었다. 삶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만 살고 싶었다. 정작 살지도 않은 채로 죽음을 맞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로우가 발견한 것은 단순함의 힘이었다.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고 진짜 중요한 것에만 집중할 때, 비로소 의식적인 선택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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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철학, 법학을 전공| 화가 | 작가 | AI·반도체·기업분석, 사유의 결로 꿰어진 이야기들, 다양한 분야의 통찰을 삶의 층위를 담아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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