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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뭅즤 Jul 27. 2024

전세 사기에 당한 기억이 옅어진다는 것은

좌절 대신 기록을 택하다

2023년 무더운 어느 여름날 전세 사기에 당했다.


이삿날 집주인은 잠적했고, 임대사업자인 그가 가입했으니 돈을 달라고 했던 전세보증보험도 거짓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지만, 이 임대인에게 당한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무엇이든 똑 부러지고 꼼꼼하게 잘했던 한 가정의 장남인 난 머릿속이 하얘진 상태로 땡볕에 가만히 앉아 그저 하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형편에 상경해서 이제 돈을 모으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인 나로서는 돌려받지 못한 약 2억 원가량의 돈은 너무나 컸다.


당시 내 머릿속엔 ‘왜 하필 나에게…‘라는 생각뿐이었다. 정말 돈을 안 쓰고 모아봐야 1년에 3천 가량이라고 생각했기에 2억 원을 모으는데 5년은 걸릴 것이라 생각했고, 실질적으론 돌려받지 못한 돈 또한 대출이기에 대출 이자를 내면 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인생은 여기서 끝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1년이 지난 지금도 돈은 받지 못했고, 자세히 설명하긴 힘들지만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살아간다. 살아가면 또 살아지며, 힘들었던 감정은 조금이나마 옅어진다.


하지만 난 그 ‘옅어짐’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 무엇 때문일까? 분노일까 억울함일까 다른 무엇일까.


무엇이 되었든 그때의 감정과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나에게 힘이 되었던 건, 누군가의 위로도 조언도 아니고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었다.


내 글 또한 나와 비슷한 상황인 이들에게 조금의 위로가 되길 바라며, 다음 글에서도 이어 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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