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성질, 능동
언젠가“유엔에서는 누가 일을 주지 않아, 직접 찾아서 해야 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WFP에 있는 동안 그 말에 100%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직접 찾아서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은 처음에는 두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만큼 어필할수록 기회가 찾아온다는 멋진 뜻이 담긴 말이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나는 Resilience, SP, EPR 이렇게 3개의 팀을 돕는 것이 주 업무였는데 처음부터 일이 쏟아졌던 두 팀과 다르게 EPR에서는 처음 6개월가량의 기간 동안 나에게 아무런 일을 주지 않았다. 사실 나의 관심은 처음부터 EPR 직무에 가장 쏠려 있었기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가 EPR팀 직원 분들이 티타임을 가지러 나가신다기에 대뜸 따라가겠다고 했다. 같이 앉아서 차를 마시는데 뜬금없이 마치 또 한 번의 면접을 보는 것 마냥, “저는 EPR 사업과 관련한 주제로 논문을 작성했고 관련 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에서 6개월 유학을 했으며 앞으로 이머전시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어요, 더욱이 제 직책의 직무기술서에 EPR을 서포트하는 것도 기술되어 있었기 때문에 EPR의 일을 꼭 하고 싶어요” 라며 말씀드렸다. 나름 한 번 크게 용기를 내보았던 그 때의 티타임은 바로 그 다음 주에 EPR팀의 출장에 끼게 되면서부터 그 후 자연스럽게 내 워크플랜에 엄청난 양의 EPR 직무가 자리 잡는 행운으로 이어졌다.
기회는 수동이 아니라 능동이다. 다가오는 기회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 만들어준 기회를 수동적으로 잡는 것보다는 원하는 게 있다면 직접 만들어서 실행하는 것일 때 더욱 큰 성과로 다가오는 것을 깨달았다. 수퍼바이저가 한번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아무한테나 가서 도와줄 거 있냐고 물어보면 항상 흔쾌히 일을 맡길 거라고, 다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일거리에 늘 치여 있어서 도움을 청할 정신이 없을 뿐이지 누군가 손을 내밀면 정말 감사히 생각하며 일을 나눠 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