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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범진 작가 Apr 15. 2024

나이 들면 강아지를 키워야 하는 이유

인생 3

나이가 들면 강아지를 키워야 하는 이유는 가족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한때 동네에서 강아지 키우는 것이 유행하여 아이들이 우리 집도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자고 졸라댔다. 나는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귀찮은 일인지 아냐며 아이들에게 면박을 주었다.

요즘 시간이 날 때면 노후에 관한 생각에 잠기곤 한다. 노후가 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그동안 상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영혼 없이 살아왔다. 돈이 없으면 가정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아 살얼음 걷듯 걸어왔다. 어쩌다 한 번 우연한 기회로 투자에 성공하면 돈을 벌었다고 우쭐대며 가장의 자리가 굳건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끝없이 올라가는 금리와 끝없이 곤두박질치는 주식에 내 마음 갈 곳을 잃은 지 오래다.

이젠 낙엽이 되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일본에서 노후에 가장 인기 있는 남편은 집에 없는 남편이라고 한다. 일본 남자들은 은퇴하고 마땅히 할 일을 찾지 못해 아내 옆에 꼭 붙어서 아내를 귀찮게 한다고 한다. 한국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은퇴한 남자를 “젖은 낙엽”이라고 부른다. 마른 낙엽은 잘 쓸리고 불이라도 붙지만 젖은 낙엽은 바닥에 딱 달라붙어서 불도 붙지 않는다. 쓸모없는 젖은 낙엽을 아내가 좋아할 리 없다. 나에게 남은 것은 바닥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젖은 부동산과 젖은 주식뿐이다.

가장이 가족에서 서열이 가장 높다는 착각은 세월이 지나면서 나뭇잎처럼 떨어진다. 떨어지다 못해 강아지가 있는 집에서는 강아지 밑으로 떨어진다. 남자가 이사 갈 때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것은 강아지이다. 아내는 이사 갈 때 남편은 버려도 강아지는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남자는 끝까지 강아지를 안고 있어야 한다.

우리 집에는 강아지가 없다. 노후 준비를 위해 강아지라도 한 마리 키워야 하나!     


무엇을 끌어안고 있어야 아내가 날 데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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