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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범진 작가 May 26. 2024

보이는 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인생 12

보이는 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는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렌즈(lens)가 세상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렌즈에 대한 지나친 믿음은 눈먼 세상을 가져올 수 있다.          


학생들과 과제를 수행하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는 설문 과제였다. 늦은 오후 살짝 어둑해지는 공원에서 잠깐 명상에 잠겼다. 그때 멀리서 학생 중 하나가 사람들에게 설문 조사하는 모습을 보았다. 내 눈에 그 학생이 누구인지는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쌀쌀한 날씨에 과제를 수행하는 그 학생이 안쓰러워 다가갔다. 내가 관리하는 학생이었다. 고생한다는 말을 건네고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에 식사하면서 그 학생과 얘기하게 되었다. 그 학생은 내가 그 학생을 인지하기 전부터 내가 공원 의자에 앉아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학생은 나를 보고 자기가 과제 수행을 열심히 하는지 감시하러 왔다고 생각했다. 또한 내가 그 학생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고 했다.

나는 그 학생의 말을 듣고 두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는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다. 내 눈은 그 학생이 누구인지도 분간을 못 했으나 그 학생은 내 표정까지 보고 있었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내가 본 세상을 진실이라고 믿고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둘째는 내가 바라본 세상과 남이 바라본 세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세상에 갇혀 자기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는 우리의 모습은 모순(矛盾)이다. 누구나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평가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내가 보는 세상이 항상 진실은 아니라는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보이는 대로 믿으면 마음은 편하겠지만거짓 세상에 갇혀 진실을 보지 못할 수 있다진실을 보고 싶다면 가끔은 자기를 부정할 용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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