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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범진 작가 Jun 02. 2024

이국땅을 떠날 수 없는 이유

인생 13

호주에서 한 교민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젊은 시절 호주에 이민을 와서 벌써 30년째 살고 있다. 그가 왜 호주로 이민을 오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호주에서 만나본 많은 사람은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었다. 한국에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온 사람도 있고, 먹고살 방법이 없어서 온 사람도 있고, 인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고 온 사람도 있다.      


그가 호주를 떠날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존재 이유가 호주에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세상에서 존재감을 느끼며 살고 싶어 한다. 그 존재감은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된다. 따라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존재감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지역에서 한인회장도 하고 봉사활동도 많이 해서 비록 이국땅이지만 교민들에게 영향력이 크다. 그래서 그는 호주로 공연을 오는 한국 연예인이나 산업 시찰차 오는 정치인들이 자기를 통하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보지 못한다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가 한국에 살았다면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올라가야 겨우 만날 수 있는 유명한 사람들을 호주에서는 쉽게 만나는 것이다. 그 유명한 사람들은 낯선 호주에서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자기를 찾는 것에 대해 매우 기뻐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을 살아가야 할 존재 이유를 찾는다. 존재 이유는 자기가 만들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스스로 인생을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면 그 사람은 세상으로부터 자유를 얻은 사람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자기가 살아갈 이유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찾는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찾아주는 것에서 존재의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육십 세가 넘은 그가 한국에 돌아간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그를 찾지 않을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생길 수 없는 존재감을 지키기 위해 이국땅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 속고 세상에 무시당할 때 살아갈 힘을 잃는다.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끼는 자괴감은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막아선다. 그러나 그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강렬한 햇볕에 말라 죽어가는 풀 한 포기를 살릴 힘이 있다. 우리에게는 바람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주워 세상을 아름답게 할 힘이 있다. 우리에게는 처지가 힘든 사람들을 동정하고 배려할 힘이 있다. 우리에게는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힘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살아가야 할 존재 이유는 각자의 방식으로 찾으면 그만이다다른 사람에게 거창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내세울 필요도 없다그저 나만이 아는 존재 이유를 간직한 채 그렇게 살면 된다그 존재 이유를 찾을 때 우리는 세상의 수많은 질문에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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