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셋 아빠로 산다는 것 제1화.
"아빠는 왜 항상 예민해?"
그 말은 가볍게 던져졌고,
나는 잠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식탁 위에는 따뜻한 국이 있었고,
아이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휴대폰 화면을 한 번 더 확인하였다.
아직이다.
입금 예정일은 지났고,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예민한 게 아니다.
그저 계산이 빨라졌을 뿐이다.
이번 달 카드값.
다음 주에 나갈 대출 이자,
그리고 말하지 않은 몇 가지.
큰 딸은 웃고 있었고,
둘째는 무심하게 밥을 먹었고,
막내는 반찬을 골라냈다.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대답은 늘 짧다.
설명하기엔 너무 길고,
설명해도 이해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가장은 참 이상하다.
통장이 조용해지면
마음도 함께 조용해진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아이들은 언제 즈음 알게 될까?
아빠가 말이 적어지는 날은
대개 월 말이라는 것을.
그렇다고 아이들이 잘못한 것은 아니다.
아빠의 불안은
아빠가 안고 가야 할 몫이니까.
나는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국은 아직 따뜻했다.
다행히
오늘도 우리는 함께 앉아 있다.
월말은 또 오겠지만,
딸들은 오늘도 자라고 있다.
나는 그 사이에서
조용히 아빠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