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를 그만두는 이유
국제학교 8학년에 다니던 내 아들은 이제 학교를 그만둔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얼마 전부터 아들의 학교 이야기를 들으며 '이게 맞나..'싶은 생각이 저 뇌리 깊숙한 속에서부터 울려왔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한다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에
이 아이가 지금 받고 있는 이 방식의 수업이
과연 앞으로의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우리 세대의 공부는 단순했다. 책상 앞에 앉아 교과서와 문제집을 펼치는 것.
그리고 공부에 집중을 하던지, 딴생각을 하던지.. 괜스레 책상을 정리하는 일들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다르다. 컴퓨터와 패드가 공부의 도구가 되었고, 수업과 숙제가
모두 화면 속에서 이루어진다. 마음만 먹으면, 아니 마음을 먹지 않아도 다른 세계로 빠져들 수 있는 통로가 늘 열려 있다.
이건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다를까.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지 않다면
또는 스스로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면 누가 하기 싫은 일을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있을까.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보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이 끝없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재미없고 어려운 것을 묵묵히 견디는 일은 이제 미덕이 아니라 훈련이 필요한 능력이 되었다.
이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첫 계기는, 모두가 겪었던 그 시기였다.
코비드 시국.
학교에 갈 수는 없고, 그렇다고 비싼 학비를 돌려줄 수도 없었던 국제학교들은 서둘러 온라인 러닝을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선생님도, 학부모도,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까지.
어린아이들과 온라인 수업이라니. 지금 돌이켜보면 웃음이 나오지만, 당시에는 정말 난리였다.
집집마다 엄마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아이들을 혼내느라 진이 빠진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다행히도 우리 아이는 1학년 후반부터 2학년, 3학년 초반 정도를 온라인 수업으로 보냈다.
그 나이에는 아직 엄마 말이 통했고, 함께 지지고 볶으며 어느 정도는 관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아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온라인 세계에 익숙해져 갔다.
스스로 유튜브를 틀어 보고, 로블록스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구글 챗으로 그룹 채팅을 하며 노는 법을 배웠다.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알아차린다.
3학년쯤 되자, 수업 시간에 몰래 게임을 하다 걸려 혼나는 아이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흐름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그 나이였어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우리 아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업 시간에 게임을 켰다가 바로 들켜 나 역시 크게 화를 냈던 기억이 있다.
“왜 그랬어? 지금 수업 시간인데, 도대체 왜 게임을 켠 거야? 이유를 말해봐.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엄마도 처음, 학부모도 처음이었던 나는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어설픈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아이의 대답은 의외로 정직했다.
“왜? 왜지? 음… 어린이한테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
무서워서 눈물은 그렁그렁 하고, 정말로 궁금하고 곤란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핑계를 대는 표정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이유를 잘 모르는 사람의 얼굴.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이 아이는 ‘의지가 약해서’ 게임을 켠 게 아니라
선택 구조 자체가 너무 어려운 환경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을.
그때부터였다.
나는 이 온라인 세상에서
아이를 ‘통제’하며 키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대신, 이 세계 안에서 아이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어떤 기준과 감각을 길러줘야 하는지가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미션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때부터 공부를 어떻게 시킬 것인가 보다
어떻게 배우게 할 것인가를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고민의 정점이 바로 지금의 선택이 되었다.
나와 아이의 선택에 축배를 들며... 이 과정을 담아가는 연재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