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주도권을 되찾다.

학교 밖에서의 새로운 항해준비 중...

by 힐링영어

학교를 그만두고 대체 교육을 선택한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거창한 도전으로 보이겠지만, 본질은 간단합니다. 내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교육의 옷'을 선택한 것뿐입니다. 물론 한국사회에서, 아니 전 세계 어디서든 보편적인 길을 벗어나는 건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요. 스스로를 '게으른 겁쟁이'라 자처하는 제가 이런 선택을 내리기까지, 머리에서 연기가 나도록 고민한 탓에 흰머리만 부쩍 늘었습니다.

장장 1년이라는 시간을 막연한 생각 속에 보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학교를 그만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교에 남아야 할 근거'를 찾기 위해 애썼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들은 학교를 떠나야만 하는 시그널들을 더 선명하게 보내왔습니다. 학교라는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수의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 곳이라 해도, 내 아이에게 전해지는 특수한 주파수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을 뿐입니다. 예민한 안테나를 타고난 저는 그 신호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요리조리 안테나의 방향을 돌려보았습니다.


나를 꼭 닮은 아들의 속내는 거울을 보듯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속상함과 갈망이 더 아프게 읽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래보다 생각이 성숙하고 예민한 아들은, 키가 크지 않아 겉보기엔 영락없는 어린이이지만 그 머릿속에는 작은 '영감님'이 한 분 앉아 계신 것 같습니다. 엄마를 닮아 유난히 생각이 많고 속이 편치 않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셈이지요.

저는 이 아이가 '배우는 즐거움'을 아는 아이로 자라길 바랐습니다. 책 한 권을 읽힐 때도 온갖 심리전과 밀당을 불사했고, 성적이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도 속상한 내색 대신 철저히 연기하며 격려해 왔습니다. 저의 엄청난 인내와 연기력에는 스스로 상이라도 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학교 교육은 아이의 그 뜨거운 배움의 갈증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엄청난 영재여서가 아닙니다. 그저 잘하는 과목은 A+를 받지만 싫어하는 과목은 F도 받아오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평범한 아이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포기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는, 아이의 머릿속 뉴런들이 한 차원 높은 연결을 갈망하는 이 결정적인 시기에 그 신경 회로망을 최대한 제때, 가장 많이 발달시켜 주는 것입니다. 정해진 틀에 갇혀 그 갈망이 사그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정해진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걸어보려 합니다. 이사를 하고, 학교생활을 정리하는 이 마무리의 단계가 사실은 새로운 여정의 시작입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이 색다른 인생길이 두렵기보다 설레는 것을 보니, 드디어 교육의 주도권이 내 손에 쥐어졌음을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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