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나요 Sep 16. 2022

비즈니스 영어는 스피킹이 아니라 리스닝이라고!

요즘 유튜브나 인스타에서 넘쳐나는 영어 광고를 보면 대개가 말하기에 집중되어 있다. 진짜 미국 사람들이 쓰는 영어로 얘기하려면 어떤 표현을 해야 하는지, 실생활 스피킹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그런 광고들을 보다가 나도 궁금해서 클릭해서 넘어간 적이 여러 번 있다.


생활 영어는 문화나 생활에서 쓰이는 표현을 잘 알아야 부드럽게 구사할 수 있다. 광고에서 나오는 것처럼 미국 사람들이 쓰는 표현도 잘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4-5살 아이들용 영어 동화책을 펴보면 시험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의성어, 의태어, 뛰는 모양을 나타내는 수많은 다른 동사들이 나오면서 해석이 불가하다. 나는 아이들의 얇은 영어책을 읽어주기 전에 몰래 먼저 보고서 단어 사전을 찾아놓는다 ㅜ.ㅜ


하지만 비즈니스 영어는 생활 영어와 다르다. 비즈니스 영어는 정보전달에 특화되어 있다. 우리나라 영어시험에서 봤던 정제된 표현과 문장만이 나온다. 내가 인사말만 건네도 상대방은 내가 외국인임을 인지하고 시작한다. 상당 부분이 이메일이나 자료 같은 문서로 소통되며 문서가 아닌 소통은 화상회의나 대면회의가 전부인데, 사실 요즘 세상에 대면회의는 진짜 가끔이나 있는 거고 그나마 있는 게 화상회의다. (영어로 화상회의 시 주의할 점은 여기 참고)


직장생활을 하는 한국사람은 그래도 대개 문서 소통에는 자신이 있다. 문제는 리스닝이다. 정확하게 알아들어야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들리질 않는다. 그나마 내가 외국인이라고 상대방이 배려해서 천천히 얘기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다행인데, 내가 본 상당수의 미국인은 그렇지 않다. 말은 또 엄청 빠르고 말도 많이 한다. 이게 뭐가 들려야지 받아쳐서 얘길 할 텐데 들리지 않으니 할 말이 없다. 미팅을 한국사람 여럿이서 같이 들었음에도 알아들은 게 서로 다른 경우도 꽤 있다. 나만해도 한국사람 4명이서 같이 화상회의에 들어갔는데, 다른 분들이 나와는 다르게 이해를 해서 결국 이메일로 재확인을 한 경우도 있다.


다행인 건 내가 얘기할 때는 나의 속도에 맞게 내가 맘껏 자신감을 갖고 이야기하면 된다. 미국인들은 남 말하는데 자르면서 끼어들지는 않는다. 미국인 보고 한국말로 이 정도 얘기하라고 하면 절대 못하니, 내가 이 정도 영어 하는 건 상당히 당연한 거라는 자세로 당당하게. 천천히 내가 얘기하고픈 대로 broken English로라도 얘기하면 된다. 나는 할 말을 다 얘기했으니, 못 알아듣는 건 상대방의 탓이지 내 잘못이 아니다.


그럼 왜 비즈니스 영어에서 리스닝이 중요하다고 하는 광고는 별로 없을까? 이건 당연한 일이다. 리스닝은 단기간에 절대 올라가지 않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눈에 띄지가 않는다. 반면 스피킹으로 새로운 표현을 알려주면 눈에 딱 띄고 뭔가 내가 미국 사람처럼 얘기하는 것 같고 하니까. 하지만 백날 내가 미국 사람처럼 해보려고 해도 나는 절대 미국 사람처럼 얘기할 수는 없다. 물론, 영어를 진짜 잘하는 단계가 되면 미국 사람 같은 표현도 더 많이 쓰고 하면 당연히 좋겠지. 하지만 그건 진짜 영어를 잘 한 다음의 이야기다.


그럼 리스닝은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까?


별 수 있나. 빨리 가는 길은 없다. 그냥 자기 수준에 맞는 것으로 많이 듣는 거지. 들을 때 자막을 켜놓고 듣는 것도 처음에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안 들려서 좌절하는 것보다야 낫다. 한 번은 자막을 켜놓고 듣고, 똑같은 걸 한 번은 자막을 끄고서 들어도 보고. 처음부터 자막 없이 들어도 보고. 이것저것 해보면서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가더라도 결국 정도를 가는 거다.


Image by Malachi Witt

작가의 이전글 영어로 화상회의할 때 명심할 3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