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파악 6

직장

by 가비

늙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이, 오늘 유난히 잘 와닿았다.


크리스마스 하루가, 너무 시시하게 지나가버렸다. 어릴 때의 크리스마스는 하루가 아니라 사건이었는데, 지금의 크리스마스는 그냥 달력에 적힌 빨간색 날짜 중 하나일 뿐이다. 오늘 하루도 마무리하고 잠에 들면, 내일도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출근해야 한다.


어우, 지겹다.


사회생활을 한 지, 벌써 18년이다. 18년 동안 정말 부지런히 살았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너무 자유분방했다. 요즘 논란 많은 MZ들보다 더 자유분방했다.


정말, 요즘 MZ들이 나를 봐도

“저 사람처럼은 안 될래요.”

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그 자유분방함 때문에 나는 사회생활에 늘 문제를 안고 살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의 사장님을 만나면서

내 자유분방함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부끄럽고 쪽팔린 이야기지만, 나는 2024년 2월,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곧 2026년 2월이 되면, 나는 2년 차에 접어든다. 18년 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1년을 넘겨본 직장이, 지금이 3번째다.


그래서 나는 이 회사를 내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회사라는 마음을 가지고 다니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 이곳에는 일도 있고, 돈도 있고, 사람도 있다. 그만두지 않아도 될 이유가 모두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용접을 배우게 되었다. 처음부터 배우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용접사라는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다. 어쩌다 보니 배우게 되었고, 배우고 싶어서 배운 게 아니다 보니 국가에서 인정하는 자격증도 없다.


그런데도, 내 용접 경력은 어느새 15년 차에 접어들었다. 용접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그 많은 종류 중에서

나는 박판 용접, 정확히 말하면, 해양 판금을 전문으로 하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조선소 배 안에 들어가는 전력을 관리하는 배전반 판넬을 제작하는 일이다.


0.6mm부터 3mm 두께의 철판을 사용해, 배 안의 전기를 책임지는 판넬을 만든다. 이 일은, 바다가 가까운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조선소가 있는 곳이, 바다 옆이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살고 있는 나는, 그나마 임금과 대우가 괜찮은 해양 판금을 배우게 되었다.


나도 배우고 나서야 알았다. 이 일도, 그들만의 리그였다.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배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해양 판금을 배우게 된 것은 운이 좋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괜찮은 대우를 받는다. 특수한 지역에서만 존재하는, 특수한 직업이다 보니 귀하기도 하고, 귀한 만큼 대우도 괜찮다. 단지 일이 무겁고 힘들다. 몸이 망가지는 건 매한가지다. 그래도 특정 신체가 심하게 다친다거나, 목숨을 잃을 만큼의 위험부담은 없다.


그래서, 잘 버티면서 다니고 있다.


최근 들어, 일거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완전한 불황은 아니지만, 불황 리스크가 커진 상태라고 한다.


세계은행, 모건스탠리 같은 곳에서는 2025년 글로벌 성장률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거의 70% 국가의 성장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는 말도 나온다. 미국, 일부 선진국, 몇몇 신흥국은 경기 둔화가 뚜렷하거나

리세션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들도 들린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들도 이 시간을 버티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버지 입장에서, 이 문제들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내일은 회식이 잡혀 있다.


지난 1년 동안, 없는 일도 만들어 가며 서로 힘내서 버텨줘서 고맙다며 사장님이 식사 자리를 마련하셨다고 한다. 사장님께서도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으실 것이다. 앞의 사장님이 폐업을 준비하던 회사를 지금의 사장님이 인수하셨고, 인수 3년 차에 이런 파도가 와 버린 것이다.


그래도,

잘 이겨내실 거라 믿는다.


그만큼, 내가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니까.


물론 일거리가 있다면....(눈물...)


아.... 가만보니 내일... 금욜이였네..?


오예....!!!또...!!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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