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
교활하다.
교활한 것은 미련만이 아니었다.
겨울도 교활했다. 이렇게 추울 줄이야. 부산인데, 부산이 이렇게까지 추울 줄이야. 사시나무가 이해가 되었다 아, 사시나무가 이런 식으로 떨었었구나. 올해 들어서 춥지가 않길래 겨울도 나이가 들어서 기를 못 펴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기를 못 펴는 게 아니라, 기를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당했다.
당해버린 것이다.
새벽 여섯 시, 알람이 울렸다.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문을 여는 순간, 매서운 추위가 기다렸다는 듯 나를 덮쳤다. 나는 본능처럼 몸을 움츠리며 저항했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추위는 뼛속 깊이 파고들며 나를 천천히, 집요하게 괴롭혔다.
견딜 수가 없었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아… 이거구나.
사시나무처럼 떤다는 게. 나는 지난날을 살아오면서 내가 겨울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떠올려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겨울에게 잘못한 것은 없었다.
나는 결백했다.
이렇게까지 공격을 당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겨울이라는 놈은 왜 나를 이렇게까지 괴롭히는 걸까.
아, 너무 춥다.
겨울 때문에.
해도 해도 겨울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겨울은 그런 나의 생각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 같았다. 출근길 내내 겨울은 나를 따라오며 괴롭혔다. 심지어 직장까지 쫓아와 일하는 동안에도 괴롭혔다. 그리고 퇴근하고 집에 올 때까지도.
학창 시절에도 이렇게까지 괴롭힘을 당해본 적은 없는데. 앞으로 3월까지 추울지 4월까지 추울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나는 이런 식으로 계속 괴롭힘을 당해야겠지.
서럽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손이 떨리고, 발이 떨리고, 몸이 떨린다. 목과 얼굴은 쥐구멍으로 도망친 생쥐처럼
겨울 잠바 속 깊숙이 숨어버린다. 교활한 겨울이 얄밉다. 저항하고 싶어도 어떻게 저항해야 할지 모르겠다.
억울하고, 분하다.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이번 겨울을 이런 식으로 맞이해야 하는 것인가.
누가 겨울 좀 말려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것도 희망사항이겠지. 아니면, 나 대신 겨울에게 괴롭힘을 당해줄 사람은 없을까.
아, 너무 춥다. 정말로.
겨울이 싫다.
정말로, 교활한 놈 같으니.
아... 가만... 보니... 내일 아침에 병원가야 하는데.... 최악이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