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주말이다.
이놈의 주말을 또다시 맞이해 버렸다.
나이를 먹으니 주말이 와도 대수롭지 않다. 삶이 지겹다거나 무료해서가 아니다. 그냥 [주말]이라는 그 자체가 지겹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돌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들 하지만, 주말은 유독 시간이 가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이 남고, 할 일을 다 해도 여전히 시간이 남는다. 대한민국의 노동자로서 5일을 일하고 2일을 쉬는 입장에서 주말을 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주말이 오면 더 걱정이 된다.
친구를 만나도, 바다를 보러 가도, 시장을 돌며 사람들을 구경해도 이제는 그다지 즐겁지가 않다. 너무 많이 겪어봤기 때문이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브런치에 올릴 글이나 다듬는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이렇게 헛소리 같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머리를 굴리고, 손가락을 굴리며 키보드를 두드린다. 역시 나는 글을 만질 때가 제일 즐거운 것 같다.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그래도 글을 만질 때가 지금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즐거운 순간이다. 사람을 만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분위기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생각보다 많이 피곤하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혼자서는 살 수 없다고 한다. 혼자 살면 외롭고, 외로우면 마음이 병들고, 돌발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근데 그것도 정도껏이어야지.
물론 나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외로움을 글을 만지며 푼다. 이렇게 보면 나는 사회적 동물이라기보다는 글을 쓰는 동물에 가깝다. 차라리 인정받지 못한 글을 남기더라도, 평생을 글이나 만지다가 조용히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지는 삶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나에게 글이란, 어느새 [문학은 의식의 연장선]에서 그런 의미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역시 또다시 느끼지만,
인연이란 참으로 신기하다. 그 신기한 인연이 나에게 이런 재미를 가지게 해 주었다. 글을 만지는 재미를. [만약]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아내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의 예쁜 딸도 없었을 것이며,
11만 자에 달하는 이야기 하나도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나는 글을 만지는 재미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운명은 거짓이며 허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운명]이라는 두 글자를 믿는다. 그 두 글자 덕분에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얻게 되었으니까.
브런치에 오늘의 헛소리를 올리고 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왼쪽 다리는 아직 회복 중인 건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평생 가게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감각이 희미하다.
음악을 들으면서 또 지칠 때까지 걷고 싶지만, 상태만 더 악화될 것만 같아서 겁이 나서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럼 대안으로 다른 무언가를 떠 올려야 하는데 막상 떠올려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자주 가던 맛집이나 가볼까?라는 고민도 하고 있다. 맛집을 다녀오면 그만큼 시간이 흐른다. 그런데도 아직 오늘 하루를 보내기에는 또 시간이 많이 남는다. 시간 보내는 게 걱정이 되는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한심하다.
시간이 남아도는 주말 하루를 보내는 게 이렇게 어렵다. 문제는 오늘 이렇게 어렵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내일 또 주말이 또 찾아온다.
이게 아닌데?
어쩌지. 오늘 하루를 보내기도 이렇게 힘든데. 내일도 또 같은 하루를 보내야 한다. 주말을 맞이하는 게 두렵다. 요즘 스팀에서 게임을 대대적으로 세일을 많이 하고 있던데 스팀에서 세일하는 게임이나 좀 둘러볼까?
정말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려운 것 같다.
정말,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한심하게도
주말 보내는 걸 두고 걱정이나 하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가. 이 짓을, 죽을 때까지 반복해야 할걸 생각하니 환장하겠다.
아…
속 터져....
그래도 오늘도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나니 속은 시원하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이 짓거리를 하겠지.
그리고 현재 시간 11시 17분. 오늘 하루가 너무 많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