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파악 13

고독사

by 가비

1월 1일.


이 나이 먹도록 세상 살이 참 헛살았구나 싶었다. 어쩌면, 나는 이미 벌써부터 고독사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아주 성실하게 쌓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아무렴, 누군가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늙을수록 혼자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그래, 나는 지금 그 누군가가 말했던 바로 그 늙어갈수록 혼자 사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왜 이런 헛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하느냐 하면, 2026년 1월 1일부터 오늘, 1월 2일까지 새해 인사를 주고받은 사람이 가족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딸과 아내는 도대체 누구와 그렇게 바쁘게 새해 인사를 주고받는 건지 모르겠지만, 신기하게도 부럽지는 않았다.


가끔 나는 독불장군도 고개를 흔들게 만들 만큼 모순으로 가득 찬 돌연변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과 어울리면 귀찮고, 혼자 있으면 또 외롭다. 한때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참 좋아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왜 이렇게 변해버렸나 싶기도 하다.


믿지 못하겠지만, 일단 품절남인 내가 그 사실을 증명하지 않는가. (웃음)


지금의 내가 만들어지기까지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렇게 변명을 늘어놓고 싶다.
딸을 위해 의미 있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사실 한때의 나는, 술이라는 것을 거의 [죽기 위해 마시는 ]쯤으로 여기던 사람이었다.


음주가무 없이는 하루도 버티지 못했고, 밤이 오면 삶의 브레이크를 풀어버리는 쪽에 더 가까웠다. 무엇보다 가정사 문제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당시의 나에게는 음주가무 말고는 없었다. 그래서 이런 변명도,

그리 설득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뇌는 언제나 술자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분위기를 마치 유일한 안식처처럼 간절히 원했다.


술에 취하고 나면, 알코올에 절여진 나의 뇌는 몸과 정신을 통제하는 일을 아예 거부했다. 중심을 잃고 휘청이는 다리,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을 쉬지 않고 타고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밀려오던 어지러움. 그 어지러움에 허덕이면서도 나는 실실 웃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모든 감각이,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참 즐거웠고 재미있었다.


그랬던 뇌가 딸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고부터는, 술자리에서만 느낄 수 있던 그 분위기에 어느 순간 실증을 느낀 것처럼 이제는 [글]이라는 것을 간절히 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의 과거를 뒤로하고 글에만 몰두하기 시작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어차피 말아먹은 지 오래지만,


그래도 한번 재미를 붙인 이상 버리기에는 아깝다. 무엇보다, 음주가무보다 글 쓰는 재미가 내게 더 가치 있다는 것을 나는 이미 깨달아버렸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며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보다, 글을 쓰며 넋두리를 늘어놓는 편이 훨씬 더 오래 남는다.


그래서 요즘의 나의 뇌는 술보다는, 글을 선택하는 것 같다.


그래도 역시,


개버릇 남 못 준다거나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술자리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그 분위기가 문득문득, 그립기는 하다. 아무렴, 남자가 술자리를 마다하면 좀 쓰나 싶기도 하지만, 술자리를 마다한 지도 벌써 15년은 훌쩍 넘은 것 같다.


모처럼 가더라도 아마 많이 낯설겠지.


내일은 또 출근이다.


주말 출근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원청(물량을 발주하는 대기업)에서 급하게 물량을 요청했다. 오전에만 잠깐 하고 바로 퇴근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급한 물량만 마무리하고, 집에 와서 또 글이나 써야겠다.


근데 진짜 뜬금없지만, 이러다가 고독사 하는 거 아닌가 진심으로 걱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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