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 징글징글하다.
나 역시 어릴 적부터
[나중에 결혼해서 딱 너 같은 자식 낳아서 키우게 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자란 부류에 속한다.
그래서일까?
내 유전자를 그대로 이어받은 내 딸은 내가 아는 ‘별종’의 기준을 훨씬 능가하는 것 같다.
나 스스로도 [나는 참 특이한 돌연변이 같은 인간이다]라고 느끼며 살아왔지만, 내 딸은 그 모든 걸 가볍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래도 닮은 건 있다.
딸도 나처럼 회를 좋아한다.
얼마 전, 딸에게 거절당한 데이트 신청도 있었고 해서 포기하지 않고 딸에게 다시 데이트 신청을 했다. 바로 퇴근길에 저녁으로 초밥을 먹으러 가자고 톡을 보낸 것이다. 시간은 정확히 어제저녁 6시 35분쯤이었다.
하지만, 그 메시지 역시 읽씹 당했다.
이번에는 와이프에게조차 쪽팔려서 하소연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회사 휴게실 소파에 누워 쉬고 있던 내게 딸에게서 톡이 하나 도착했다.
[친구들이랑 간식 먹으러 가게 용돈 좀 주세요.]
하아... 정말..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딸 같으니….
물론 바로 보내주기는 했다.
요즘 물가도 많이 오르고 해서 넉넉하게 보내줬다. 그랬더니 바로 [입금 모드]를 보여준다. 이 맛에 산다지만, 정말 딸이랑 외식 한 번 하는 게 이렇게 어려워질 줄이야. 비록 나랑은 같이 외식은 하지 않아도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면서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 또 마음이 놓인다.
요즘 딸은 이성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뭐, 사춘기니까 그럴 만도 하다. 프로필에 ‘남자 친구 구함’이라고 대놓고 써놓은 딸을 보며 점점 멀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 아이가 누구와 사랑을 하고, 누구와 결혼을 하고, 어떤 가정을 꾸리게 될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때까지,
부모로서 딸의 앞날에 발목 잡지 말고 그저 뒷바라지나 잘했으면 하는 것.
그게 지금 내 인생의 목표다. 하지만, 자신은 없다. 알다시피, 살아간다는 건 늘 지치는 일이니까. 아무리 나 혼자 노력해도 나라가 망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긴다.
요즘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라는 말들이 괜히 남 일처럼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2025년부터 한국의 대표적인 크고 작은 기업들이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
나야 조선업 관련 쪽이니 아직까지는 피해가 저조하지만, 과연 나 역시도 무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는 않다.
부모로서 딸의 뒷바라지를 해주어야 하지만, 걱정이 많다.
난 종종 와이프에게 말해왔다. [우리 늙어 죽을 때까지 딸의 발목은 잡지 않도록 하자]라고.
물론 와이프도 동의는 했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발목을 잡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고민 중이다.
정말 징글징글하다.
잘 다니던 크고 작은 기업에서 희망퇴직을 당한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난 밑바닥에서 용접 일을 하면서,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 항상 부러웠다.
왜냐하면,
밑바닥에서 용접공으로 살아가는 노동자인 나와는 다르게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대기업이거나, 대기업만큼 탄탄한 회사에서 다니고 있었으니 희망퇴직을 당하더라도 밝고 희망적인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뭐, 그냥
밑바닥 용접공에게 있어서 그들은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니 가지게 되는 궁금증 정도다.
아 정말.
뭔가 징글징글하다.
딸을 잘 키우고 싶은데, 계속 들려오는 나라의 위급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눈앞이 희미해진다.
정말,
부모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징글징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