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파악 28

진실, 선

by 가비

나에게는 한 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이 오갈 수도 있는, 그런 종류의 문제점이다.


바로 아닌 것에는 반드시 아니어야 한다는 가치관이다. 언제 어느 시점에서 이런 성향을 갖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성인이 되어서 갑자기 생겨난 것은 분명 아니다. 아마도 사춘기를 겪으며, 내 의식 속에서 조용히 자라난 것 같다.


진실은 반드시 진실이어야 하고,

거짓은 반드시 거짓이어야 하며,

악은 절대적으로 악이어야 하고,

선 또한 절대적으로 선이어야 한다는 가치관.


물론 흔히 말하는 갱생은 가능할 수도 있다. 사자성어에도 개과천선이라는 단어도 있으니 마음에 품고 산다.


그래도 나는 늘 구분하려 했고 선을 그으려 했다.


진실과 거짓을, 악과 선을.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선을 긋게 되는 순간 적이 생긴다.


그리고 분쟁의 시작되고 싸움의 시작이 된다. 그리고 싸움은 폭력으로까지 번진다. 이 것은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상대를 진실인지 거짓인지부터 가려내려 했고, 거짓이라고 판단되는 순간, 타협의 대상으로 두지 않았다.


그 결과는 늘 같았다.

배척이었고,

충돌이었으며,

결국 싸움이었다.

싸움은 폭력을 낳았다.


적당한 선에서 폭력으로까지 번지지 않도록 융통성 있게 타협하는 척이라고 하면 좋을 텐데. 왜 유독 그러지 못했을까? 의구심을 가지기도 한다. 물론 의미 없는 의구심일 뿐이다. 이미 자라난 새싹은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거대한 거목이 되어버렸으며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상태로 성장해 버렸다.


그래서 폭력까지 번지게 된다. 내가 다치기도 하고 상대가 다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목숨을 잃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지는 않았으니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조심하며 참는 법을 배우고 있지만, 글 쓰는 것을 배우는 것만큼 어렵고 힘들다.


문제는 이 가치관이 권력과 기득권을 향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거짓과 악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리고 거짓과 악 어떠한 것과는 타협하려고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냥 선을 행하는 권력과 기득권이라면 박수와 응원의 대상이 되지만. 악을 행하는 권력과 기득권이라면

나에게 있어서 저항의 대상이다.


이것이 내가 가진 문제점이다.


거짓과 악과는 타협을 하지 못하거나 최소한 타협하려는 척을 하지 못하는 내 가치관이 가만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글을 쓰는 능력까지 있으니 더 큰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기는 한국이다. 다른 나라 같으면 권력이나 기득권에게 저항하거나 대항하면 바로 죽음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한국이기에 최소한의 주장을 통해서 문제점에 대해서 토론을 할 수 있는 자격은 주어진다.


왜 이 세상은 진실과 선만 존재하지 못하는 걸까?


항상 궁금했지만, 답을 얻지는 못했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 세상이 진실과 선만 존재하지 못하는 것 또한 신을 탓할 수밖에 없을 거 같다.


참 답답한 것들이다 신이라는 것들은 정말 상판대기가 보고 싶어 지는 순간이다.


물론 존재한다면(웃음)


지금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세상이 언젠가는 진실과 선만 존재하는 그런 세상이 오지나 않을까 하는 불가능한 희망을 품고 산다.


그런 세상이 온다면 정말 좋은 세상이 아닌가? 거짓이 없고 악이 없는 세상. 그렇다면 나 같은 저항하려는 자들도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는 것이다. 난 그런 세상을 언제나 꿈꾼다.


제발 좀 그런 세상이 왔으면.


간절하게 언제나 항상 꿈꾸며 희망하며 살아왔고 임종할 때까지 바라며 살 것이다.


많이들 놀라고 당황하셨겠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다.


거짓과 악을 견디지 못했다. 그 대가로 폭력과 고독을 감수하면서도 끝내 선과 진실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그 어느 누구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가난한 비 기득권 노당자가 바로 나 21그램이다.


그리고 나는 만약 존재한다면,

신에게 분노하며 신을 증오한다.

이 세상에 진실과 선만 남기지 않은 것에 대하여.


근데 세상에 진실과 선만 남으면 정말 평화로워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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