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파악 2

노력

by 가비

이 세상은 때때로 불공평하다.

사람들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나는 살아오며 그 말이 거짓이 되는 순간을 수없이 경험했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음에도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나 역시 포함되어 있다.


인류 역사 속에는 크고 작은 성과를 이루어낸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들의 노력과 헌신은 시간이 지나 기적이라 불리며, 후대에 전해지고 공유되었다.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들의 헌신이 훌륭한 결과를 만든다면, 그 또한 역사 속에서 기적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노력하는 모든 자들이 노력한 만큼의 대가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게도 그렇지 않다. 실패한 자들은 자신이 기울인 노력의 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는 세상이다.


물론 노력을 통해 훌륭한 기적을 만들어낸 자들 역시 결국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다만 그들은, 적어도 오랜 시간 동안 기억될 기회를 한 번쯤은 허락받는다. 그래서일까. 노력을 통해 기적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자들이 존경받는 이유는 바로 그 이유 때문 일수도 있다. 기적이라는 결과를 만들 만큼 더 노력을 했으니까


누구나 기적이라는 결과를 꿈꾸며 노력할 자격과 기회를 가진다.

그 점에서 출발선은 공평하다. 그러나 기적이라는 결과에 도달하는 것은 오직, 인정받을 만큼의 노력을 끝까지 견뎌낸 사람들뿐이다. 어찌 보면 불공평해 보이지만, 냉정하고 냉혹하게 바라본다면 이 또한 공평한 세계의 방식이다.


한 권의 책을 준비했던 나의 입장에서 말을 하자면, 내가 존경해 온 사람들은 언제나 같은 부류였다. 설득력 있는 글로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움직이고, 역사에 방향성을 남긴 작가들이다. 하지만, 설득력 있는 글을 쓴다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래서 나는 설득력 있는 글을 쓴 작가들을 존경한다.


글을 처음 쓰는 사람에게도, 오랫동안 써온 사람에게도 예외는 없다. 아무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완성한 글이라 해도 설득력이 없다면 인정받기 어렵다. 그리고 나는 바로 그 벽 앞에서 멈춰 섰다.


나는 첫 작품을 완성하는 데 13년이 걸렸다.

그만큼 확신이 있었고, 그만큼 스스로를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냉혹했다. 어느 출판사도 내 원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자비 출판으로 책을 냈고, 그 선택은 실패로 남았다. 이제 와서야 나는 깨닫는다. 내 글에는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그 깨달음이 너무 늦게 찾아왔다는 점이 나를 더욱 괴롭힌다.


첫 실패는 깊은 상처로 남았다. 다시 글을 쓰려 손을 뻗으면 과거의 기억이 손목을 붙잡는다.


[또 실패할 거야. 포기해. 너랑 글은 맞지 않아.]


어디까지나 나의 의식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지만, 그것은 언제나 의식 깊은 곳에 자리한 채 송곳처럼 마음을 찔러 나를 끊임없이 괴롭혀 왔다.


사람들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한다. 성공한 이들 대부분이 실패를 견뎠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실패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내가 지나치게 자만했기 때문이다.


첫 작품 하나만으로 세상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문학이 의식의 연장선]이라는 믿음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 착각했다. 나는 그 작품으로 세상의 분쟁을 멈추고 싶었다. 사람이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참고로 말해두자면, [문학은 의식의 연장선]이라는 문장은 인류의 역사에서 오직 내가 처음으로 만들어낸 문장이다. 공식 인용문으로 쓰일 일도 없겠지만, 굳이 남의 문장을 자기 말인 양 들고 다닐 필요도 없지 않은가.


예전에 이 손으로 키보드를 무기로 삼아 살았던 적이 있고, 문장이 어떻게 사람을 때리는지도 꽤 오래전에 배웠다. 다만 걱정하지는 말길. 나는 주로, 글을 쓰는 데에만 그 힘을 쓴다.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그러나 그것은,

희망이 아니라 망상이었다. 세상은 여전히 분쟁 속에 있고, 사람들은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이 현실 앞에서

나는 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쓰려한다. 설령 끝내 설득력 있는 글을 쓰지 못하더라도,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쓰는 것을 멈추거나 포기하고 싶지 않다.


미련이라는 것은 참 교활한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쉽사리 놓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인간들은, 인류는 분쟁을 일으키며 서로를 희생시키고 있으니까. 또 어떠한 분쟁을 일으키며 서로를 희생시킬 줄 모르니까 그래서 내가 실패하고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패배 의식의 손바닥에서 벗어날 때까지 무엇이든지 쓰고 싶다. 이 것은 나에게 남은 유일하게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동안 글이 너무 쓰고 싶었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많이 미안하다. 쓰고 싶었지만 쓰지 못했고, 미칠 것처럼 쓰고 싶었지만, 패배 의식의 손아귀에 붙잡혀 계속 미루기만 했다.


이제는 그만 그러고 싶다.


이곳에서 꾸준히 써볼까 한다기보다, 그냥 써보고 싶다. 그동안 쓰지 못한 만큼, 휘둘리며 흘려보낸 시간만큼 쓰다가 죽겠다는 심정으로 그렇게 쓰고 싶다.


비록 나는 한 권의 책으로 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누군가는 성공하기를 바라며 브런치에서라도 글을 굴려볼 생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은, 인류는 서로가 일으킨 분쟁으로 서로를 희생시키고 있다. 그 현실을 지켜보는 마음이 아프다. 성공했으면 좋았을 텐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그 사실과 현실 앞에서 죄책감 때문에 마음이 갈가리 찢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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