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파악 32

발가락

by 가비

이번 주제파악 32의 내용은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왜냐하면, 충격적인 이야기들만 수두룩하니까.

그래서 미리 경고한다. 충격을 받고 싶지 않다면, 지금 극단적으로 뒤로 가기를 누르는 것을 추천한다.(웃음)


왼쪽 발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발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와... 나에게 있어서 엄청나고 어마어마하고 감사하고 서프라이즈 하고 놀랍고 한술 더 떠서 기적에 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왼쪽 발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저번주까지만 해도 뇌에 신호를 주고 좀 움직여 보라고 해도 미동도 하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부터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번주까지만 해도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


제발 좀 움직여보라고 뇌를 통해서 발가락에 신호를 주면


"잘 끼다 왜 건드는데 자는데 건들면 닭털 뽑듯이 머리털 뽑아버린다 건들지 마라"(대충 부산 사투리)


이게 거의 한 달 동안 이어진 반응이었다.


근데 오늘 아침부터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나 잠깐 화장실 가려고 깼는데 시킬 거 있나? 모해주면 되겠노?"(대충 부산 사투리)


이런 느낌이다.


이건 분명 나에게 있어서 기적이 일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척추 3번, 4번, 5번에서 미세하게 흐르던 디스크가


"우리 잠깐 마실 나왔던 거라 이제 그만 들어갈게 우리 때문에 힘들었지? 수고해~"

이런 것도 아닐 텐데.


갑자기 이렇게 발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오른쪽 발로 왼쪽 엄지발가락을 건들면


"왜? 지금 오른쪽 발로 나 죽으라고 괴롭히는 거야? 알았어 죽어줄게"


이런 느낌으로 그냥 아무 저항도 못하고 누워버리던 게 왼쪽 엄지발가락이었다. 근데 오늘은 미세하게나마 저항을 한다


마치,


"더 이상 너 뜻대로 되지 않을 거야."


이런 느낌으로 오른쪽 발로 엄지발가락을 누르면 조금은 버티려고 한다.


희망이 생겼다.


절망과 좌절에 빠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며 감사한 일이다.


이것은 분명 기적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자리를 박차고 뛸 수 있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한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력 질주는 무리다. 이게 죽을 때까지 후유증으로 전력 질주는 무리인 것인지 시간이 지나면 또 조금씩 나아지면서 전력질주까지 가능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자리를 박차고 뛸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나에게 있어서는 충분히 기적이다.


왜냐하면, 저번주까지만 해도 횡단보도의 신호가 깜빡거릴 때 마음이 급해서 뛰려고 자리를 박차는 순간 미세하게 디스크가 흐르던 부위에서 견딜 수 없는 통증이 느껴져서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건강은 소중하다. 그래서 지켜야 한다.


건강이 밑천이다. 적어도 나 같은 가난한 비 기득권자에게는.


정말 이대로 가족조차도 지키지 못하게 될 것 같아 마음이 괴로웠지만,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이 정도만이라도 건강이 회복이 되어준 것에 감사한 일이다.


완전히 회복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거짓말)


그래도 이렇게라도 회복된 건강을 지키고 싶다. 그래야 가족들도 지킬 수 있으니까. 다행이다. 그리고 고맙고 감사하고 소중한 기적 같은 일어나고 있는 것이.


하지만, 간혹 현장 일을 하다 보면 총대를 메고 장렬하게 전사하기 위하여 적진에 뛰어들듯 몸을 사릴 수 없는 상황이 간혹 생긴다. 노동자가 몸을 다치는 순간은 대충 그런 상황에서 다치게 된다.


이게 아무리 조심하고 정책으로 최소화한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 현장에서는 일어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게. 이렇게 조금씩 회복되는 선에서 끝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왜냐하면, 수술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고 오히려 수술을 해서 더 큰 문제가 생기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건강을 밑천으로 살아가는 가난한 비 기득권자이며 노동자라는 존재들은 다 이런 거다. 어쩔 수 없다.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사람은 없다. 다 운명이고 숙명처럼 다칠 수밖에 없어서 다치는 게 노동자고 가난 한 비 기득권자들의 삶이다.


물론 나도 그렇고. 그렇다고 어쩔 수 없는 거다. 적어도 나는 가족을 지켜야 하니까.


그래도 행복하다. 이렇게라도 건강이라는 밑천을 통해서 지킬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


나의 유일한 안식처이며 보금자리니까.


아 가만보니.... 이렇게 된 거 오랜 만에 음악 들으면서 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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