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파악 34

결말

by 가비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세상은 어차피 변하지 않는다고. 아무리 애써도 기본적인 구조는 그대로라고.


그 말이 틀렸다고까지는 하지 않겠다.


다만 묻고 싶다. 왜 우리는 변하지 않는 구조를 변화의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 버렸는가?


물론 이 질문에 대한 해답 역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 구조의 중심에는 비기득권자와 기득권자라는

또 다른 구조가 존재하고, 그 구조의 중심에 우둑커니 팔짱을 끼고 서 있는 기득권자들은 그 어떤 변화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피라미드라는 형식으로 얽혀 있다. 그리고 그 얽힌 피라미드의 구조가 세상을 움직이게 만든다.


동물들의 피라미드는 변화하지 않는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강자와 약자의 질서가 이미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세계는 다르다. 인간의 역사에는 영원한 권력이 존재한 적이 없다.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왕조조차

비기득권자들의 폭동 앞에서 무너져 왔다. 프랑스혁명은 그 가장 분명한 증거다.


물론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025년 12월 3일, 대통령이라는 한 사람의 공무원이 영원한 권력을 꿈꾸며 군을 움직였고, 그 시도는 실패했다.


만약 그 시도가 성공했다면, 아시아의 화약고는 분명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실패는 다행이다.


그것은 수많은 죽음으로 이어졌을 것이고, 끝내는 살아남았다는 이유만으로 벌을 받아야 하는 세계로 향했을 가능성이 컸다.


인간이라는 존재들은 가엾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내 영원한 권력을 꿈꾼다.

그래서 가엾다.


영원한 권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갈망하는 자들은 나와 다르지 않다.


마치, 죽는 순간까지 얼굴조차 알지 못한 친어머니를 그리워하다 끝내는 만나지 못한 채 죽어야만 하는
나와 같다. 그래서 영원한 권력을 꿈꾸는 그들이 가엾다.


이 세상 또한 가엾다.


왜냐하면, 그 가여운 존재들에 의해 이 세상은 멸망할 때까지 영원히 무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결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어리석다. 이런 글을 쓴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이런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도 쓰게 될 것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어리석은 짓거리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에게 남은 하나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나의 의지고,

나의 선택이고,

나의 의식이고,

나의 의식이 연장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무리 미미하더라도 나의 노력이 구조에 아주 작은 균열이라도 남기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인간들이 멸망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가여운 존재들에게 의해서 영원히 무기만 만들다. 스스로를 파괴하는 그런 결말을 나는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리고 이신론자로서의 고집스럽고 하찮은 노력일 뿐이다.


가끔씩 이 지구라는 곳에서 오직 인간들만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무기를 만들지 않는 인간들이 없는 세상. 무기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


평화롭고, 고요하며, 조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에는 인간만 빠진 채 다른 생명들이 여전히 살아간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세상은

시시하고,

따분하며,
지루하다.


정이라는 게 이래서 무서운 것 같다. 왜냐하면 나 역시 인간이니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같은 인간 편에 설 수밖에 없나 보다. 비록 무기를 만들어야만 하고 만든 무기를 가지고 서로를 살인을 해야만 하는 동족들이라고 해도 이해를 할 수밖에 없나 보다.


참으로 한심하다.


정말 진심으로 오늘도 이 글을 쓰면서 신의 상판대기가 궁금해진다. 신의 상판대기를 보는 순간 어떻게 할지는 내 맘(웃음)



작가의 이전글주제 파악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