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파악 44

월급

by 가비

오늘은 월급날이었다.


원래 정확한 월급날은 15일이다. 하지만, 이번 달에는 월급날이 휴일과 연휴가 겹쳤다. 직원들을 먼저 생각하는 사장님 덕분에 오늘 오전 일찍 월급이 들어왔다.


요즘은 휴대폰으로 웬만한 일은 다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믹스 커피를 마시며 계좌를 확인했고, 입금 내역을 보는 순간 바로 감사 문자를 보냈다.


얼마 전에는 내가 뒷목 잡을 일을 만들었는데도, 사장님은 고생한다며 연휴에 쓰라고 조금 더 챙겨주셨다. 괜히 죄송하면서도 고마웠다. 그래서 속으로 다짐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일하는 중간에 문자 보내면 눈치 보이지 않나?] 라며 걱정도 하시겠지만, 우리 사장님은 내가 어떻게 농땡이를 부리는 지도 다 아신다. 그래도 맡은 물량만큼은 확실히 책임지고 있다.


그것이 근로 계약서에 사인한 사람의 기본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장님이 조금 더 넣어 주신 덕분에 연휴 동안 딸에게 맛있는 걸 마음껏 사줄 수 있게 됐다. 한창 클 나이라 잘 먹이는 게 아버지로서 나의 의무니까.


어린 시절 나는 집안 형편 때문에 넉넉하게 자라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딸만큼은 부족함 없이 먹이고 싶다. 이런 여유도 지금 직장을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다. 많은 현장을 거쳐 왔지만, 이렇게 직원들을 세심하게 챙겨주는 분은 처음이다. 그래서 농땡이를 부리더라도 허리를 다칠 만큼 물량은 확실하게 책임을 지고 있다.


같은 직장에서 힘들어도 꾸준히 출근하시는 영감님을 보면 존경심이 든다. 나이 들어서도 출근을 하고 계시는 영감님의 성실함과 근성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운다. 어쩌면 저런 삶의 태도가 내가 닮아가야 할 모습인지도 모른다.


예전에 도금 공장에서 일할 때, 관리자로 계시던 나이 많은 분이 사실은 큰 자산가라는 걸 알게 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런 분이 굳이 현장에서 일하는지.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일은 돈 때문만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필수 요소라는 것을.


사람은 게을러지면, 많은 병을 가지게 된다고 하니까. 물론 노동을 하다가 골병이 드는 경우도 많지만.(웃음)


얼마 전에는 감정이 상해 그만둘 뻔했지만, 사장님이 잡아 주신 덕분에 남게 되었고 지금은 그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익숙한 자리를 떠났다면 분명 후회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지금 직장에서 더 열심히 일도 하고 글도 쓸 거다.


새로운 출판사에 제출한 영어 번역본의 검토를 기다린 지도 13일이 지났다. 솔직히 자신은 없다. 원고의 분량과 내용이 문제라는 것도 알고 있다.


물론 나에게는 간절했다.


13년 동안 쓴 첫 작품이 해외에서 정식 검토를 받고, 검증과 투자를 거쳐 출간까지 이어진다면 그것은 분명 내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기회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결국 판단 기준은 글의 가치다.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작품인가 하는 문제다.


아무리 미련이 남아 있어도, 불가능한 것을 억지로 가능하게 만들 수는 없다. 현실은 결국 작품의 완성도로 말해 줄 것이다. 내가 원하고자 하는 기회는 분명 크고 간절하지만,, 작품의 가치가 통과하지 못하면 의미 없다. 나는 분명 알고 있었지만, 쉽게 인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요즘은 미련으로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자존심이 강하다. 그래서 실패를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받아들이려고 한다. 이만큼 했으면 충분했다고. 만약 결과가 좋지 않다면,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첫 작품을 완성하며 익힌 끈기와 근성을 바탕으로 의미가 있는 글이든 없는 글이든 계속 써 나갈 것이다.


믿어지는가? 2025년 12월 23일 브런치를 통해서 지금까지 써온 [주제 파악]이 9만 자를 넘었다. 분명 13년 동안 많은 노력을 쏟으며 완성한 첫 작품은 실패했지만, 첫 작품을 쓰면서 나는 분명 새로운 가능성을 본능 적으로 익히게 된 것이다.


이제는 방황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나에게 주어진 삶을 책임지고 살아가는 것처럼, 앞으로도 글도 계속 써 내려갈 생각이다.


글은 죽어서도 쓰고 싶을 만큼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첫 작품을 쓰면서 구상과 구성을 하는 방법도 익혔기에 새로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가지고 있지 않다.


역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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